권혁중 논설위원

권혁중  논설위원
권혁중  논설위원

[시정일보]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연예인을 만난다. 연예인(演藝人, Entertainer)은 연예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국민들 앞에서 재주와 기교를 부리는 가수, 배우, 코미디언, 모델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는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용어로 지칭하고 있다. 현재는 ‘드라마, 영화, 뮤지컬, 코미디 프로그램, 음악 프로그램, 예능 프로그램 등 다수의 사람들이 즐기는 예능에 출연해 인지도가 높아진 자' 또는 ‘배우, 가수, 코미디언, MC 등의 연예인 중 인지도가 높은 자'를 지칭하는 말이 됐다. 

선출직에 나서는 사람은 대중적 인지도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연예인과 닮은꼴처럼 보인다. 그러나 본질에 들어가 보면 연예인은 어느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라기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출직에 나서는 사람은 자기 주특기가 있어야 한다. 특히 지역 주민을 위해 봉사하고 몸을 바치겠다는 굳은 마음이 선거 전과 선거 후 자세가 한결같아야 한다. 

인기를 최고의 가치로 살아가는 것은 연예인의 몫이다. 정치는 최소한 다년간의 국가 행정을 다뤄보거나 기업체에서 산업현장 경력이라도 있어야 행정 체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조직의 생리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10명이 있는 곳에서 나에 대해서, 2명이 좋아하고 7명은 관심 없고 1명은 싫어한다고 옛날부터 많은 유명인들이 이야기했다. 이를 ‘2 6 2의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10명 중에서 나를 좋아하는 사람 2명과 관심 없는 사람 6명과 싫어하는 사람 2명이다. 욕심을 버려도 좋아하는 사람 2명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기 연예인이나 선출직 정치인이 되려면 무관심한 사람도 내 편이 되도록 해야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인정을 받으려는 것은 불가능한 욕심이고 스트레스만 가중된다.

선거철이 되면 연예인들이 선출직을 뽑는 선거에 도움을 주는 사례를 많이 본다. 대부분 선거에서 볼 수 있는 사례는 선출직에 나서는 사람이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어필(appeal)하기 위해 대중적 인기도를 가지고 있는 연예인을 찬조연설자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보면 선출직 공직자와 연예인은 많이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선출직 공직자는 연예인처럼 대중적 인기가 아니라 정책이나 지역발전 사업에 대한 유(주)권자의 관심이 높아야 한다. 이 관심이 선출직 공직자에는 가장 큰 인기일 것이다.             

중국 장자(莊子) 〈달생(達生)〉편을 보면 어떤 일에도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을 가리켜 ‘목계지덕(木鷄之德)’라는 고사가 나온다. 이 고사가 의미하는 것은 교만함을 버리고 남의 평가에 초연해 중심을 잃지 않는 평정심을 갖춘 인물이 큰일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빈틈이 없으면서도 여유로움을 동시에 갖춘 상대방과 싸워서 승리하는 일은 산을 옮기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손자병법의 부동여산(不動如山)과 맥락이 같은 말이다. 

힘든 일은 자신이 떠맡고, 잘된 일은 아래로 공을 넘기는 게 올바른 선출직 공직자 역할이 아닐까! 따라서 선출직 공직자는 연예인이 아니라 목계지덕을 갖춘 지도자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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