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예습도 복습도 없는 단 한 번의 인생의 길'이 있다. 가고 싶은 길도, 가기 싫은 길도, 가서는 안 되는 길도 있지만, 내 뜻대로 안 되는 게 인생 길이다.
사람답게 늙고, 사람답게 살고, 사람답게 죽는 것으로 마치는 길이 삶이다. 행복하게 늙기 위해서는 먼저 노년의 품격을 지녀야 한다. 풍부한 경륜을 바탕으로 노숙함과 노련함을 갖추는 일이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이라는 소극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 100세 사회 미래의 자화상은 자신이 그려야 한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남은 삶을 어떻게 보내야 아름답게 보낼 수 있을까를 함께 고뇌해야 한다.
아름답게 죽자(편안한 죽음, well dying). 노년의 삶은 자신의 인생을 마무리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죽음을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만큼 살았으니 당장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자기 삶에 대한 경솔한 태도가 큰 문제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늙고 어떻게 죽어야 할까? 최근 들어 존엄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존엄사란 최선의 의학적 치료를 다 했음에도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며 죽을 수 있게 하는 행위이다.
죽음은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이 아니라 맞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태어난 것을 자신이 선택할 수 없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자신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례를 애도하거나 피할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내가 태어났을 때 나 혼자 울고 주위 사람들 모두는 웃었고, 내가 죽을 때는 나 혼자 웃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가 우는 삶을 살고자 노력한 자에게는 죽음은 승리이자 죽음으로부터의 진정한 해방이다.
죽음과 삶은 나의 과거를 반추해 보며 내면 깊숙이 숨겨진 사랑 덩어리의 조각난 파편을 찾아 맞추는 편안한 죽음의 퍼즐이다. 죽음과 삶은 하나이며 이 성찰의 기록은 죽음과 함께 영원히 사라진다. 오직 남은 것은 순백의 도화지일 뿐이다.
사전연명 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의 성인이 자신의 연명의료 시행 여부를 사전에 결정하고 문서로 작성하는 제도다. 이는 임종 과정에서 불필요한 의료적 고통을 줄이고, 본인의 의사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절차다. 많은 사람이 이 제도를 알고 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등록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편이다.
내가 식물인간이 된다면 연명치료를 원하나요?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그 순간, 내가 원하지 않는 연명치료를 받게 된다면 어떨까? 지금 바로 사전연명 의료의향서를 알아두셔야 하는 이유다. 이제 마음조차 보살피는 품격있는 존엄 케어를 생각해 보시라.
“회복될 가망이 없는데 발달한 의료 기술에 의지해 숨만 이어가는 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가?”, “언제 어떻게 사고가 날지 모르는 삶” 등 때문에 내 죽음을 자신이 준비하면 더 주체적으로 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법적으로 제도가 도입된 지 벌써 7년째 접어들었다. 그래서인지 요새 유언장 쓰기 등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전연명 의료의향서를 등록하는 손길은 갈수록 늘고 있다. 국립 연명의료 관리기관에 따르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 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은 2025년 8월 말 300만 3,237명이다. 이 중 70대가 117만 5,296명, 60대, 80대 이상 순이다. 특히 3명 중 2명은 여성이다. 존엄한 죽음을 바라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현재의 임종기에서 수개월 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말기로까지 확대하자는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제2차 특수임종병원·연명의료 종합계획(2024~2028)에서 연명의료 중단 이행을 말기로 앞당기는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100세 시대, 늘어난 수명만큼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죽음을 준비하는 법이나, 유언장을 미리 쓰고 묘비명을 정하는 이른바 왜 편안한 죽음(존엄한 죽음)이 필요한지에 관한 강좌가 시민단체들에 의해 개설되고 있다.
이에 참여하는 60대 후반~80대 중반에 이르는 노인들이 많다. 교육은 영정 사진을 찍고, 유언장 미리 써두기 등을 한다. 의향서가 뭔지, 그리고 품위 있게 죽는 게 자신이 원하는 삶의 마무리라고 알려 준다.
모든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이다. 가족들의 품에서 품위를 유지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누군가의 특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권리가 되어야 한다. 죽음은 언제 닥쳐올지 모르기 때문에 죽음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어쨌든, 죽음은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이 아니라 맞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태어난 것을 자신이 선택할 수 없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자신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례를 애도하거나 피할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한남대 명예교수, 사회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