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구를 삶의 본보기로 삼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본보기(本보기)의 사전적 의미는 ‘1. 본을 받을 만한 대상, 2. 어떤 사실을 설명하거나 증명하기 위하여 내세워 보이는 대표적인 것, 3. 어떤 조치를 취하기 위하여 대표로 내세워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 리더를 선택한다. 어떤 본보기를 기준으로 정하고 리더를 선택할까? 중요한 것은 선택받기를 원하는 사람의 언행이 본보기가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율곡 선생은 만약 임금이 올바른 정치를 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자신부터 먼저 행해서 깨끗하게 한 다음에야 정치가 제대로 행해지고 여러 신하가 감동할 것이라면서, 모든 일을 임금이 몸소 실행하며 통솔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좇지 아니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리더가 먼저 솔선수범(率先垂範)하지 않으면 주권자가 삼아야 할 본보기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솔선수범은 리더가 먼저 행동한다면, 그것이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져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지도층이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일반계층은 그들의 지도를 따르지 않게 되고 사회는 더이상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가 없게 된다.
논어에 보면 ‘선행기언(先行基言) 이후종지(以後從之)’라는 글이 나온다. 이를 풀이하면 ‘먼저 말한 것을 실천하고 나중에 다른 이들이 따르게 한다’이다. 이 가르침의 깊음 뜻은 말보다 행동이 먼저라는 것이다. 화려한 말솜씨로 포장된 약속보다는, 묵묵히 행동하는 리더에게 주권자는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게 된다. 따라서 진정한 리더는 지시만 하는 게 아니라 먼저 앞장서서 실천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정책을 실현함에 있어 주권자의 의지를 파악하지 않고 리더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결정하는 행태는 말로만 주권자를 섬기는 리더라 할 수 있다.
리더가 주권자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언행의 밑바탕에 진실성이 배어 있어야 한다. 논어에 나오는 글처럼 반드시 말한 것을 먼저 실천하는 리더가 돼야 한다.
당 태종(唐 太宗)의 거울론에 이런글이 나온다. ‘청동을 거울로 삼으면 의관을 바르게 할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국가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내 행위의 옳고 그름을 알 수 있다.’ 원문은 (以銅爲鏡 可以正衣冠 : 이동위경 가이정의관, 以古爲鏡 可知興替 : 이고위경 가지흥체, 以人爲鏡 可以明得失 : 이인위경 가이명득실)이다.
주권자로부터 선택을 받은 사람은 주권자에 대해 무한 책임을 품고 있어야 한다. 선택받은 이후 모든 권력을 가진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철학자 베른하르트 그림(Bernhard A. Grimm)은 “책임을 지지 않는 권력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권력자의 신념윤리가 강할수록 정치는 이념화되고 실용성은 떨어진다. 책임 윤리는 없고 권력의지만 강한 정치인은 국민에게 재앙이다.
현대 정치에서 권력은 책임과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민주주의가 번창하려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대중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주권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행실이 본보기가 되어 주권자들이 따라 하는 세상이 되면 실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