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기 복 논설위원
최 기 복 논설위원

[시정일보]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상승기(上昇期)’가 있다. 누구에게나 상승기가 있으면 하강기도 있게 마련이다. 상승기에는 사회적 성공, 권력, 명예를 쟁취하고 숨 가쁘게 위를 향해 전진하는 인생의 여정 속에서 우리는 종종 귀중한 것들을 놓치곤 한다. 바로 정상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성공의 달콤함과 바쁜 일상에 취해,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겸허한 도움이나 헌신, 그리고 세상의 보편적인 이치를 간과하기 쉽다. 자신의 능력과 힘에 대한 교만이 싹트고,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달려온 여정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삶의 진실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때는 성공의 외형적 크기만이 유일한 가치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성공의 높이가 가리는 진실을 말함이다. 흔히 쓰는 표현 중에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는 문상객들이 정작 정승이 죽으면 발길을 끊거나 돌리는 경우를 말함이다.

권력과 명예의 정점에 있을 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나라는 ‘사람’을 보고 있는지, 아니면 나의 ‘지위'를 보고 있는지는 분별하기 어렵다. 이처럼 성공의 높은 곳은 사물을 명확히 보지 못하게 하는 안개와 같다고 한다.

하지만 인생은 영원히 오르막일 수 없다. 자연의 섭리처럼 반드시 ‘내려올 때'가 온다. 이는 인생의 하강기, 사업의 실패, 혹은 명예가 사라지는 노년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자만에 빠져 자신에게서 이성적인 판단능력의 결여로 타의적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성공했을 때는 보지 못한 것들을 실패나 겸허함 속에서 비로소 깨닫게 된다는 의미다.

가장 힘들 때 옆을 지켜준 진정한 사람들의 가치, 나를 붙잡아주던 작은 손길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덧없다는 삶의 근본적인 진실을 깨닫게 된다. 순간 세상에서 나를 받치던 수많은 발판들이 비로소 소중한 것들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의 정치사 속에 권불십년(權不十年)을 바이블처럼 되뇐다. 열흘 붉은 꽃 없다는 이야기를 잊고 사는 정치인들에게 힘들여 드리고 싶은 고언(苦言)이다. 

1%(0.73%) 미만의 승리에 도취했던 기고만장한 독선과 이를 견제하려는 치열한 암투로 대한민국의 정국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사람들은 권력의 꿀밭에서 국리민복은 말의 성찬으로 때우고 양두구육의 모습을 보이면서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모든 잘못은 상대에게 돌리거나 뒤집어 씌운다. 꿀밭의 지분율 싸움에 정치적 운명을 걸고 있다. 이들에게는 역사의식도 민주주의의 고유한 가치관도 헌법의 수호 의지도 없어 보인다. 

지금의 여당은 야당시절에 자기들 입으로 주창했던 것들에 대해 일말의 양심도 없이 답습한다. 야당 또한 과거 상대방 정당이 했던 워딩과 행위를 그대로 답습한다. 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주문해야 할까? 

2025년을 마무리하면서 스스로의 모습들을 겨울에 비춰보라. 양심의 거울에 비춰진 욕심으로 얼룩진 자화상을 보면서 정상에서 내려올 때 당당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깨달음은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의 깨달음은 반드시 실패의 고통을 통해서만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스스로 겸허한 마음을 갖고,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는 노력만 있다면, 우리는 성공의 정점에서도 내려와서야 볼 수 있는 진실들을 미리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도 판단할 능력이 있다. 세치 혀끝에 우롱당할 국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나? 낮은 데서 높은 데만 바라보고 있나? 당신들은 성공한 정치인인가? 패배한 정치인들인가?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대한민국의 암울한 역사 속에서 이제 살만한 미래를 향한 기업들의 도약에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는지 묻고 싶다.

이제 세계선진국 대열에 7위로 랭크 되지 않았나. 성숙 할때도 되지 않았나. 성숙은 오르막에서든 내리막에서든, 가장 소중한 것을 잊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정쟁은 있기 마련이지만 해도 너무 하는 것 같다. 성공의 기쁨은 잠시지만, 겸허함 속에서 얻는 깨달음은 영원하다. 이제 그만들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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