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섬기고, 받들고, 아우르고…이것이 ‘민선 자치의 품격’
<창간기획>섬기고, 받들고, 아우르고…이것이 ‘민선 자치의 품격’
  • 윤종철
  • 승인 2015.05.14 13:45
  • 댓글 0

기획/ 지방자치 20년 패러다임의 대전환 ➀ ‘주민과 공유’하는 소통의 시대
   
 

[시정일보]처음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가장 큰 성과는 ‘관존민비(官尊民卑)’ 현상의 타파였다. 관선시대 당시 단체장들은 소위 권위와 권력의 핵심이었고 공무원들은 그 핵심의 주제자였다. 그렇지만 민선 지방자치의 시작은 이런 인식을 뿌리부터 바꿔 놓았고 국민 머릿속에 ‘우리가 주인’이라는 의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지방자치는 ‘주민을 섬기고, 뜻을 받들며, 국민 모두를 아우르는’ 민선 자치의 품격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1995년 6월27일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지방자치시대가 열린지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5번의 민선을 거치며 어느 정도 유년기 티도 벗었다. 이제는 어엿한 성년기에 접어든 민선 6기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지방자치에 대한 기대와 요구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민선 6기, 20살이 된 지방자치의 현재 모습은 ‘자치’라는 용어가 차마 부끄러울 정도다. 지방재정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권력의 이양은 단순히 사무이양에만 머물고 있으며 국민들은 관심도 없다.

특히 지방재정 문제는 ‘쓸 데는 많은데 쓸 돈은 없다’라는 수요공급의 불균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문제는 올해 서울시 24개 자치구(강남구 제외)가 기초연금, 영유아보육료, 가정양육수당 등 예산 일부를 미편성하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당장 각 지자체 예산 담당자들은 이대로 간다면 9월말부터는 복지디폴트(지급불능)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점은 민선 6기 지방자치가 성년기를 맞아 복지, 환경, 문화(여가) 등 다방면에서 국민들을 위한 패러다임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과 공유하는 소통의 시대

 성인기로 접어든 지방자치시대 패러다임의 주요한 변화 중 하나는 주민과 공유하는 소통 문화다.

공동주택, 마을공동체, 마을협동조합 등 주민들 간 서로 이해를 가진 공동 공유 공간을 만들어 관과 민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권한과 책임의 이양 문제와도 직결된다. 얼마만큼의 권한과 책임을 주느냐에 따라 자율성과 주체성이 차등 부여되기 때문이다. 결국 권한과 책임이 높을수록 해당 업무 처리를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서로 소통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각 자치단체에서는 각 마을 단위로 조직되고 있는 공동체와 협동조합 등에 여러가지 행정 편의와 경제적 지원을 하며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관은 주민과 소통하며 자문하는 일 즉, 서포터 역할만을 수행한다. 모든 권한을 주민에게 위임한 셈이다.

지난해 성동구 마장동에서는 마을사업 계획수립부터 심의, 예산까지 모두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토록 했다. 관 주도의 수동적 참여에서 벗어나 이제는 방범에서 청소, 제설, 방역, 복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고 있다.

얼마전부터는 주민들이 운영하는 북카페 ‘마주보고’ 수익금을 관내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스무살 민선 지방자치는 지방자치 시작과 함께 부여 받은 권력을 다시 각 동 주민센터로 혹은 주민에게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권력의 재위임이다.

물론 아직까지 지방분권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아 ‘2할 자치’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자치조직권과 예산운영권을 지자체가 가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 형성과 함께 지자체 스스로도 이 같은 권한을 다시 민에 재위임하려는 움직임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19살의 청소년이 20살의 성년이 됐다고 해서 바로 완전한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완전한 자치화, 분권화는 아니지만 스무살이 된 지방자치가 성인이 되기 위해 반드시 나아가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이 없다.

 

민선단체장 ‘진격의 현장 행정’

관선시대 권위의 중심이었던 단체장들이 지방자치시대에 들어서는 남ㆍ여ㆍ노ㆍ소를 불문하고 관내 전 동을 돌며 주민들과 호흡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명제는 각 단체장들로 하여금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진격의 현장 행정에 나서게 하고 있다.

중랑구는 ‘나찾소(나진구가 찾아가는 소통현장)’라는 이름으로 나진구 구청장은 매월 민원 현장을 직접 찾아 나섰다.

지금까지 7번에 걸쳐 스쿨 존 차도와 보도 구분, CCTV 확충 등에 대한 구민불편사항, 용마터널 공사에 따른 분진ㆍ소음, 코스트코 주변 불법주정차 단속 등에 대한 민원도 해결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동 마을복지센터 시범사업과 도시재생 사업 등 새롭게 변화될 성동구의 변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17개 전 동주민센터를 돌며 주민들에게 설명하며 주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트위터를 통해 주민들의 질문에 대해 실시간으로 답변하는 형식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반상회를 생중계하기도 했다.

관심의 부재가 만들어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출근시간 지하철역으로 나서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

이렇게 민선 단체장들이 너도나도 문제가 있는 현장에 직접 나서 주민들과 함께 논의하고 협조하는 모습은 지방자치시대 또 하나의 특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동사무소’에서 ‘동마을복지센터’로의 진화

지방재정의 파탄을 몰고 온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 정부가 내건 무상시리즈의 단순 복지와는 달리 현재 지방자치는 스스로 한층 진화된 복지전달 체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동마을복지센터’의 개념이다.

초기 지방자치시대 주민등록 등 민원발급 업무만을 처리하던 ‘동사무소’는 이제 복지를 넘어 보건기능까지 추가하며 멀티센터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핵심인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기다리는 복지가 아닌 ‘찾아가는 복지’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민선 6기로 접어들며 특징적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예컨대 서울시는 오는 7월부터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동마을복지센터)를 본격적으로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우선적으로 13개 자치구 79개 동 주민센터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2018년까지 서울시 전체 25개 자치구 423개 동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어르신과 임산부, 취약계층, 위기 가정 등에 방문간호사나 전담 공무원이 직접 방문해 예방적 건강관리를 지원하고 보다 촘촘히 복지사각을 해소하겠다는 내용이다.

한편 이 같은 복지기능을 지자체 스스로 동 주민센터로 옮기는 것은 물론 ‘참여형 보건지소'도 설치해 보건업무까지 담당하는 자치구도 등장하고 있다.

굳이 보건소까지 가지 않아도 이제는 가까운 동 주민센터만 방문해도 만성질환 관리, 재활보건 등 각종 건강체크는 물론 재활운동까지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살기좋은 우리 동네 만들기 ‘쓰레기와의 전쟁’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지금까지 각 자치구마다 역점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바로 ‘살기좋은 우리 동네 만들기 프로젝트’다. 전봇대 위의 거미줄 같은 공중선은 지하화해 깔끔하게 정리했으며 보도블록도 새로 깔았다. 복잡했던 간판은심플하고 아름답게 단장됐다.

마을 주변 곳곳에도 주민들의 여가와 건강을 위해 꽃과 나무를 심고 친환경적인 둘레길을 조성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리하지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 바로 쓰레기 문제다. 이제 민선 6기 각 자치단체에서는 쓰레기와의 전쟁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인구가 적은 중구(약 13만)의 경우 유동 인구가 많아 하루 배출되는 쓰레기 양은 약 175톤에 달하고 있다. 11톤 차량으로 22대 분량이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중구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최근 각 자치구들도 쓰레기 감량 계획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금천구는 생활쓰레기 20% 감량을 위해 ‘전방위 실천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송파구는 주부들을 선발해 ‘쓰레기 감량 대작전’을 펼치고 있다. 은평구에서는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구민들과 ‘생활공감토론회’를 갖기도 했다. 또 공동주택 쓰레기 감량 경진대회를 열고 실적이 우수한 아파트에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고 생활 속 쓰레기 줄이기 실천을 독려하고 있다.

모두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과태료 부과나 집행명령 같은 힘으로 다스리던 기존 행정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민선자치 20년, 관과 민이 함께 ‘우리’가 되고 있다.

尹鍾哲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