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신문 창간17주년 특별기획/지방분권, 어디로 가고있나
시정신문 창간17주년 특별기획/지방분권, 어디로 가고있나
  • 시정일보
  • 승인 2005.05.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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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10년 ‘중앙-지방’ 시각 차
올해는 전면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며, 참여정부가 지방분권을 국가균형발전과 함께 주요 국정과제로 설정해 본격 추진한지 3년째 되는 해이다. 본보는 창간 17주년을 맞아 지방분권 등 주요 국정과제 추진상황을 긴급 점검해 보고, 진정한 지방화시대를 열어 나가기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제시해 보고자 한다.


정부⇒비관“님비·핌피현상 만연 지역갈등 더 심해져”

지방⇒낙관“주민 눈높이 행정 삶의 질 향상 가속도”

주민⇒호평 문턱 낮아진 관청 ‘好’지자체 복지경쟁 ‘好’

전문가⇒우려 기본적 과제 해결 미진‘빈수레 덜그럭’ 쓴소리


금년 6월로 10주년을 맞게 되는 전면 지방자치제. 그동안 3차례에 걸쳐 시·도지사를 비롯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뽑고, 선출된 자치단체장들은 민의를 중시하는 행정을 수행하는 등 많은 부분이 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제 10년 평가 점수는 바라보는 주체와 관점에 따라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를 비롯한 중앙부처에서의 평가는 “아직 지방은 달라진 것이 없다”, “지방이 하는 일은 믿지를 못 하겠다”고 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중앙과 지방간의 업무연계가 잘 안되고, 특히 님비(NIMBY: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혐오시설이 들어오면 안 된다)와 핌피(PIMFY: 좋은 시설은 자기가 사는 지역으로 와야 한다)현상이 빈발하는 등 지역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과 지방의회 의원, 지방 공직자 대다수는 이런 의견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 종전 중앙에서 임명된 자치단체장들은 중앙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지만, 민선 단체장들은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주민을 위한 행정을 우선적으로 수행하는 등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앙부처에서는 중앙과 지방간의 업무연계성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지방자치제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현상에 불과하며, 지금도 주요 국가정책에 대해서는 정부가 다양한 인센티브제나 페널티제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반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지방자치제에 대해 상당히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10년 전 전면 지방자치제를 도입할 당시만 해도 일부 단체장의 행정전횡 등 다소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행정관청의 문턱이 하루가 다르게 낮아지고 있고, 주민들의 편의증진이나 복지를 위한 일에는 타 자치단체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제 전문가들의 입장에선 현재에도 풀어 나가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하려면 돈과 사람과 재원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이고, 국가사무와 자치사무 비율도 7대 3으로 되어 있어 지방에서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본적인 과제들이 해결되지 않고는 지방자치는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견해다.
韓聖惠 기자 / shhan@sijung.co.kr




김진선 간사장 일문일답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자치역량은 ‘권한과 비례’중앙의 지방불신은 ‘부당’


<사진1>-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10년이 되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나
지난 10년동안 실시한 지방자치제가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면 제대로 된 지방자치제로 보완, 정착시켜야 한다. 자치단체의 권한을 강화하는 차원이 아닌 정부와 지방의 업무시스템을 효율화 한다는 차원에서 중앙과 지방의 모든 업무를 전면적으로 재배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부 일각에서는 중앙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해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자치역량이 부족하다던데.
자치역량은 권한과 책임만큼 배양된다. 권한과 책임을 일단 주고 나서 자치 역량을 검증해 보자고 제의하고 싶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지방에 전문가가 부족한 점도 있지만, 이제는 옛날의 지방이 아니다. 전문가의 탈지역화현상이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에 지방에서도 얼마든지 전문가를 구할 수 있다.
또 모든 정보와 자료도 다 공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앙은 여전히 지방을 과도하게 염려하고 권한배분에 주저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제는 지방을 믿고 맡겨야 한다.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추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나
한마디로 시원하지 않다. 진행이 더디고 본질이 왜곡되고 있는 등 괴리감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까지 2년여 동안 제대로 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역대정부에서도 시대적 명제이고 추세라는 측면에서 지방분권을 모두 추구했다. 그러나 이루어진 것이 없다. 참여정부의 지방분권도 이 상태로 간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렇다면 앞으로 지방분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지방분권특위 간사장으로서 지방분권 추진과 관련한 3대 원칙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지방분권은 선택의 문제이지 논의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효율·비효율을 떠나 분권을 할 것인지 말것인지에 대해 확고하게 선택해야 한다 (확고한 선택의 원칙). 지방분권을 한다고 했으면 먼저 분권을 하고 나중에 문제점을 보완해 가야 한다(先분권 後보완 원칙).
마지막으로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당초의 의지가 퇴색되고 저항세력도 생기기 때문에 조기에 매듭을 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조기매듭의 원칙)
韓聖惠 기자 / shhan@sijung.co.kr



■ 논의만 무성한 ‘지방분권’

되는 것이 없다?


강원도에서는 2003년 3월 전국민에 대한 분권 마인드 함양과 지방분권에 대한 지방차원의 논리개발을 위해 전국 최초로 ‘한국지방분권아카데미’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사진설명


사진2>지난 4월7일 서울에서 열린 시·도지사협의회 실무협의회에서는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한마디로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당일 배포한 회의 자료에 따르면, 참여정부에서는 2003년 7월 지방분권 핵심 과제와 추진일정을 담은 ‘지방분권로드맵’을 발표하고,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등 7대 분야 47개 과제를 오는 2006년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했으나 지난 2년 동안 이루어진 것은 예산편성지침 폐지, 지방양여금제도폐지 등 겨우 7개 과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자치경찰제’ 도입의 경우, 지난해 9월 시·군·구 ‘자치경찰대’를 창설하는 안을 확정했으나 시·도에서는 이런 정부안에 대해 지방에 부담만 지우는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해 왔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에서는 검·경의 수사권 조정문제,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문제 등에 대한 추가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과 시행시기를 잠정 유보키로 결정함으로써 자치경찰제 도입문제는 상당기간 늦춰질 전망이다.
‘교육자치제’는 교육감 직선 및 교육위원회와 시·도의회교육사회위원회를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안을 마련하고 금년 6월중에 관련법안을 개정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정부안에 대해 교육계 등에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다 교육감 선거과정에 정치권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등 문제점이 있어 법률개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지자체와 업무기능이 중복되어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는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문제는 지방중소기업청, 지방환경청, 지방국토관리청, 지방노동청 등 9개기관을 우선적으로 통·폐합할 계획이었으나 관련 부처 등의 조직적인 저항과 반발 등에 부딪혀 지금까지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은 ‘일괄이양법’을 만들어 2006년까지 3단계로 이양키로 하고, 지방이양추진위원회에서 확정한 과제를 중심으로 제1차 일괄이양법안을 지난해 11월초에 마련하였으나, 이 법안역시 국회 본회의 상정이 무산됨으로써 일괄이양법 제정도 불투명한 상태다.
지방분권의 핵심과제인 ‘재정분권’은 정부에서 ‘재정·세제 로드맵’을 마련하여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14개 과제를 추진키로 했으나, 현재까지 완료된 과제는 예산편성지침 폐지 및 교부세율 상향조정 등에 불과하다. 특히 국세와 지방세 조정, 제한적 과세권 부여 등 핵심과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는 실정이다.
시·도에서는 정부가 진정으로 지방분권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정부출범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지방분권을 계획대로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