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패트롤>작은 도움
<소방패트롤>작은 도움
  • 시정일보
  • 승인 2015.11.1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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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민 지 서대문소방서 홍은119안전센터
   
 

[시정일보]청명한 하늘과 단풍이 지는 어느 가을날, 쌀쌀해진 날씨와 짧아진 해를 느낄 새도 없이 출근하자마자 구급차를 꼼꼼히 점검 후 안전을 외치며 오늘도 보람찬 야간 근무를 시작하리라 마음 먹고 있을때 사무실의 고요한 정적을 깨고 출동벨이 울렸다.

긴장되는 마음을 다잡고 신고 내용과 신고 장소를 확인했다.

홍은센터와 멀지 않는 가정집에서 딸이 화상을 입었다는 내용이었다. 의료지도상 다리에 화상을 입었으며 신고자인 어머니는 시각장애인이라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어머니가 눈이 안 보여도 딸이 어디가 아프다고 했을텐데 확실하지 않다고 하는 신고 내용이 의아했지만 그 사이에 도착하여 장비를 챙겨 신속히 발을 옮겼다.

현장을 도착하니 신고자인 어머니는 바닥을 닦고 있었고 환자는 화장실에서 환부인 두 팔을 수돗물로 식히는 중이었다.

환부를 보니 오른쪽 팔은 팔꿈치부터 손등까지, 왼쪽은 손목부터 손등까지 표피층이 모두 벗겨진 상태였고, 뜨거운 물을 끓이다가 쏟아 화상을 입었다고 했다.

즉시 다가가 환자에게 대화를 시도하려는데 환자의 몸짓과 말하는 모양새가 정상인과는 조금 달라보였다. 알고보니 환자는 1급 중복장애인으로 지체장애가 있다고 했다.

환자는 평소에도 어눌하게 대화가 어려운 상태였고 심한 화상으로 인한 고통으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제서야 신고내용이 이해가 되었다.

어머니는 우리를 보며 어디가 다친거냐고 걱정스럽게 묻고 있었다.

눈 앞에 있는 딸의 상태를 보지 못해 답답해하는 어머니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대원 한명이 어머니에게 환자 상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한 후 병원 갈 준비를 돕게 하고, 나와 또 다른 대원은 응급처치를 시행하였다.

응급처치 후 그 외의 신체검진을 했으나 다른 곳에 특별한 외상은 보이지 않았다. 환자를 구급차로 옮긴 후 사고 경위를 물으니 환자, 보호자 이렇게 둘이 사는데 오늘 기초수급차 명단에서 제외되어 속상해 술을 드셨다고 하며 앞이 잘 보이지 않은 어머니를 위해 밥을 하다 물을 쏟았다고 했다.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 모녀에게 삶은 너무 냉정하고 가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두분에게 오늘은 정말 힘든 하루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화상병원에 인계 후 나오는데 어머니께서 덕분에 병원 왔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데 나에게는 일이지만 힘들었을 오늘, 모녀에게 작은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앞으로는 모녀에게 즐겁고 행복한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