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한빛청소년대안센터
송파구, 한빛청소년대안센터
  • 시정일보
  • 승인 2004.01.3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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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길거리상담’을 시작으로 개관 이래 7년을 한결같이 밑바닥 아이들의 아지트 역할을 해왔던 한빛청소년대안센터(이사장 임동길)가 오는 29일 새 둥지에 문을 연다.
늘 쫓기듯이 새 둥지를 찾아왔던 센터는 7년째 벌써 3번째 이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다행히 이번엔 아이들과 좀더 가까운 곳으로 갈 수 있어 기쁘기만 하다. 새 둥지는 송파구 오금동 오주중학교 인근. 이번에도 셋방 신세지만 4층에서 2층으로 2단계나 땅에 가까워지는 데다 공간도 50평에서 60평으로 조금 넓어진다.
이사는 아이들에게 늘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을 갖게 한다. 비록 잡초처럼 사는 밑바닥 아이들도 마찬가지. 하루 평균 20~30명 정도 패거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센터는 그야말로 열린 공간이다. 마음껏 놀이를 즐길 수 있고 배가 고프면 자유롭게 라면을 끓여먹고 마음 내키면 조심스레 센터 한 켠의 상담실을 찾아 고민거리도 내놓는다.
가출해 남자친구 집에서 살았던 은화(가명?17세)가 집에 돌아가게 된 것도 중학교를 자퇴한 명수(가명?17세)가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해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도 센터의 역할이 컸다. 무조건 잘못했다 호통치기보다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한 발 한 발 그들에게 다가가 닫혀진 마음의 문을 여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거?마(거여동?마천동) 지역 30가정 52명의 아이들과 거리상담을 통해 만난 ‘거리의 아이들’ 15명을 ‘모시고 사는’(?) 최연수 소장(42세)과 배영길 실장(37세)이야말로 밑바닥 아이들의 ‘지킴이’요, ‘대부’같은 존재다. 물론 토요일마다 가가호호 방문해 먹거리를 전달하는 12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비롯해 길거리상담 및 야학 등 물질과 몸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는 100여 명의 봉사자들이 없었다면 센터는 일찌감치 문을 닫았을 것이다.
지난 7년 간 센터를 거쳐간 아이들만도 500여 명. 이 곳을 통해 새 삶을 살게 돼 무사히 대학에 입학한 아이만도 80여 명에 달한다. 중학교 때부터 자퇴와 휴학을 반복하던 ‘문제아’들이 올해만도 10여 명 대학에 입학, ‘보통아이’로 살게 됐다. 7년 전 소년원에서 만난 효식(가명?31세)씨는 한식 요리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지금도 가끔씩 옛날 생각이 나는지 효식씨는 불쑥 순대며 떡볶이를 사들고 센터를 찾곤 한다.
아이들을 방치한 부모 대신 학교를 찾아다니고 검정고시 원서를 내거나 시험장에 동행하는 것도, 원조교제로 사이버 수사에 걸린 아이를 부모 대신 경찰서에 찾아가 빼오는 일도 센터 몫이다. 갈 곳이 없는 아이들에게 후원자를 연결해 살 곳을 마련해주고 떳떳한 사회인으로 설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센터의 사명이다.
올해는 더구나 센터에게는 의미 있는 제2의 출발선상에 서 있다. 제도권 밖의 아이들을 도운 지 7년 만에 제도권으로의 진입을 처음으로 시도한다. 송파구가 올해 처음, 한빛청소년대안센터를 정식으로 대안학교로 인정, 지원키로 했다. 이로써 송파구엔 한빛청소년대안센터, 송파청소년수련관(4월) 등 2개의 청소년 대안센터가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한다.
“시작에 불과하다.” 센터가 그동안 간절히 꿈꿔왔던 일도 학교와 연계한 대안학교 운영이었다. 학교에 적은 두되 대안학교를 통해 부적응 청소년들을 돕자는 것. 그러자면 단독건물이 시급하다. 부모 및 청소년을 위한 교육공간은 물론 그들만의 문화체험공간 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을 잇는 네트워크가 구축될 수 있도록 사람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청소년 사역가들이 결합할 수 있도록 그동안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문호개방’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