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라운지/서울을 움직여온 도시권력들
BOOK 라운지/서울을 움직여온 도시권력들
  • 시정일보
  • 승인 2016.03.3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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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을 읽고 /김 재 훈 주무관(용산구청 홍보담당관 언론팀)
   
 

[시정일보]임동근 교수의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은 지난 50년간 서울의 변화를 지리학적 관점에서 살핀다. 그냥 지리학도 아니고 정치지리학이다. 저자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권력을 소유가 아닌 관계로 바라보는 미셸 푸코로 인해 정치지리학 담론이 더 풍부해졌”고, “미시적인 권력 행위들, 권력관계들이 어떤 식으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가를 질문하며 1980년대 정치지리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를 잡는다. 시공간이 분리된 속성이 아니듯이, 역사와 지리는 한 몸이다.

저자는 정치지리학에서 범위를 좁혀서 도시(도시권력)를 조명하는 학문을 특별히 도시정치학이라 명한다. 예컨대 그린벨트. 요걸 단순히 환경정책이 아니고, 정부(권력)의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체비지 판매에 따른 ‘연쇄효과’로 설명하는 식이다. 동사무소의 탄생-행정구역 개편-고속도로 건설-아파트 장사-다세대 주택 양성화-지방자치제-신자유주의와 이중도시-마을만들기 등등 서울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들은 모두 도시정치학의 연구 대상이다. 다소 생소하지만, 그래서 더욱 재미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동사무소의 기원인 ‘정’은 1920년 발생한 전염병(콜레라)에 대처하면서 삼청동 인근 양반들의 자치 조직으로 처음 생겨났다. 쿠데타 이전에는 선거를 통해 동장을 뽑았지만, 이후 임명제로 전환되었다. 당시 임명된 동장은 90% 이상이 군인, 경찰, 공무원이었다. 90년대 중반부터 행정개혁론(동사무소를 없애자!), 주민자치론, 평생교육론 등이 등장하였고 결국 2000년대 초반 동사무소가 동주민센터로 변모한다.

서울은 1949년, 1963년, 1973년 잇따른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지난 50년간 면적이 두 배 이상 커졌다.

특히 1963년 개편 이후로 서울의 인구는 5년마다 100만 명씩 증가했다. 그리고 70년대 중반이 되자 인구집중이 정부(서울시)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인구 유입에 대한 대응으로서, 정부(서울시)의 아파트 정책이 시작되었다.

해외(중동) 건설업체 재조정을 통해 1987년 즈음 국내에서 집을 대량으로 건설했고, 1989년 신도시와 1991년 SOC 건설 붐이 있었다. 이것이 다시 주택으로 넘어와 1992년 재건축 시장이 열리게 되고, IMF 이후 분양가상한제도 폐지되었다. 용인 난개발이 있었고,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신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한다. 저자가 바라보는 신자유의의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1. 부동산개발이 금융화 기법을 통해 진행되는 것(예컨대 프로젝트 파이낸싱), 2. 돈 많은 개발자가 규범을 무너뜨리는 것(예컨대 특별계획구역), 그리고 3. 지방분권.

신자유주의 동력대로 움직이도록 두면 빈민촌은 더욱 빈민촌화 된다. 그때 개입하는 방식은 도시 재생이나 마을기업 등이 될 수밖에 없다. 저자의 이러 저러한 진단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당장 대안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소소한 변화들만 감지될 뿐이다. “정책은 굉장히 천천히 움직이면서 주위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한 단계씩 높여가야지, 와장창 해버리면 와장창 깨집니다”라는 말이 다소 위로가 된다. 대개 변화는 천천히 오기 마련이다. 살 곳을 구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세상도 언젠가는 오게 마련이다. 당장은, 조금만 더 고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