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롤/어버이날 길 잃은 치매 할머니
패트롤/어버이날 길 잃은 치매 할머니
  • 시정일보
  • 승인 2016.05.2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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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순경(은평경찰서 불광지구대)

[시정일보] 여름과 다름없이 햇빛이 내리쬐는 5월8일 어버이날.

맑은 하늘과 연속된 연휴로 많은 가족들은 봄나들이를 떠난 어느 날. 여전히 국민을 위해 아침 일찍 출근하여 열심히 순찰 근무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다들 서울을 벗어나 신고가 많이 줄겠지라고 생각 한 순간 치매할머니를 보호하고 있다는 112신고가 떨어졌다.

신고 장소에 도착하여 보니 80대 가량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집에서 나와 길을 잃은 것을 지나가던 주민이 신고를 하고 모시고 계셨다. 할머니에게 집이 어딘지 아시냐고 묻자 돌아오는 대답은 ‘행당동에서 걸어왔어, 행당동’ 이라는 말뿐이었다.

순간 머릿속에서 행당동부터 불광동까지의 거리를 생각하게 됐고 도저히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께서 걸어오실 수 없는 거리라고 판단했다.

일단 지구대로 모셔가 조금 더 자세히 확인해보기로 하였다. 할머니를 지구대로 모셔와 이것저것 물어보자 할머니께선 여전히 자신의 집은 행당동이고 걸어왔다라고만 말씀하시고 본인의 이름은 알고 있으나 생년월일도 기억을 하지 못하셨다.

설상가상으로 소지품도 아무것도 안가지고 계신 상황이었다.

가족의 연락처와 이름도 모르고 계시는 치매할머니로 판단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버이날인데 할머니 집을 찾아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3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많은 고민을 했다.

그렇게 고민을 하면서도 우리 불광지구대 3팀 팀장(경위 양태모)님은 할머님한테 친아들처럼 다가가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고 나 또한 친손자처럼 이쁘다고 봐주시는 할머니에게 정겹게 다가가 말을 나누면서 할머니를 안심 시키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날이 더워 할머니께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하셨고 나는 곧장 편의점으로 달려가 아이스크림을 사다 드렸다.

할머니께서 어린아이처럼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드시고 있는 사이에 나를 포함한 우리 3팀이 할머니의 집을 찾기 위해 경찰청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접속하여 치매노인 가출신고가 된 것이 있는지 하나하나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었다.

우리가 판단했을 땐 분명 할머니께서 행당동에서 오신 것 같지는 않다고 판단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리 지구대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놓은 치매노인 파일을 찾아보았다.

마침 그때 할머니와 모습이 많이 비슷한 노인분의 사진을 찾았고 연락처가 적혀있는 가족에게 전화를 해보니 때마침 안 그래도 할머니가 집을 나가 실종신고를 하려던 참이었다고 말을 하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족에게 어서 불광지구대로 오라고 하였고, 가족이 지구대에 도착하여 할머니를 본 순간 아들과, 며느리는 울면서 어딜 나가셨던 거냐며 할머니를 꼭 껴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버이날 할머니를 애타게 찾았을 가족들의 마음이 전해져 나 또한 짠한 기분이 들었다.

현재 치매노인의 수는 굉장히 많고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럴 때 치매노인실종 방지를 위해선 인식표를 치매노인이 항상 소지 하도록 팔찌나 목걸이로 만들어 놓는다면 더욱더 안전하고 수월하게 집을 찾아드리고, 가족에게 인계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집을 찾아드릴지 막막했지만 우리 경찰관은 무사히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였고 그 결과 오늘도 무사히 할머니 한 분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내드렸다.
앞으로도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경찰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