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미래 안고 돌아온 청계천
푸른 미래 안고 돌아온 청계천
  • 시정일보
  • 승인 2005.09.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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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일 청계천이 다시 흐른다

청계천 복원은 흔히 기적으로 얘기된다. 1942년 일제가 전쟁물자 수송을 위해 광화문우체국부터 광통교 간 복개를 시작으로, 1958년부터 본격화된 청계천 복개는 청계천을 역사 속 추억으로 만들었다. 복개 후 청계천에는 도로와 고가도로가 겹쳐 놓여졌고 차량들은 마음껏 달렸다. 당시는 복개가 기술의 상징이었고, 산업화의 첩경이었다.
2003년 7월1일 청계천을 짓누르고 있던 청계고가도로를 걷어내면서 본궤도에 오른 청계천 복원에는 3900여억 원이 들었다. 이 돈은 고가 및 복개구조물 철거, 하천, 하수도 정비 및 유지용수 공급, 천변 양쪽 도로 및 교량 건설, 하천 생태복원과 공원조성 등에 쓰였다. 적잖은 사업비. 하지만 청계천 복원으로 거둘 효과에 비하면 효율성이 무척 높다. 우선 도심의 역사와 문화성 회복은 물론 매력적인 도심환경 조성이다. 청계천 복원으로 도심으로 주거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1970년 이후 지금까지 도심은 열악한 주거환경과 공해 등으로 공동화 현상이 지속돼 왔다. 1980년 836만이던 서울인구는 1993년 1092만 명을 정점으로 2005년 현재 1030만여 명이다. 반면 도심지역인 종로구와 중구인구는 1980년 54만 명에서 2000년 30만 명으로 34% 줄었고, 4대문 안 인구도 14만5000여 명에서 5만여 명으로 66% 감소했다.
그러나 복원으로 도심 주거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서울시가 4대문 안 주상복합건물을 신축할 때 주거기능을 강화하면 최대 150%까지 용적률을 상향조정하는데서 잘 나타난다.
복원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서울시립대학교 정창무 교수에 따르면 청계천 복원의 경제적 이익은 연간 23조원에 달한다. 외국인관광객이 연 200만∼300만 명이 청계천을 찾아오고, 31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주변지역의 재개발, 리모델링이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청계천 복원의 효과는 환경과 생태, 그리고 정서적인 차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 연간 23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청계천 복원이 서울의 환경지도를 바꿨다는 평가도 여기서 나온다.
청계천은 서울의 바람 길은 물론 환경의 동맥이 된다는 얘기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지난 7월27일 연구원이 실시한 조사를 보면 청계천 10곳이 인근지역보다 평균 3.5℃ 낮았다. 청계8가가 섭씨 32.7℃인데 반해 인근 왕산로는 36℃로 측정됐다. 또 하루 7만여 대의 차량이 다니며 매연을 쏟아내던 청계고가와 청계로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바람통로가 만들어졌고, 지난여름 장마 때는 청계천에 잉어가 올라와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청계천은 아직까지 반쪽에 불과하다.
김귀곤 서울대학교 교수이자 유엔생태도시 한국네트워크 대표는 복원된 청계천이 잘 가꿔진 ‘인간중심 수변근린공원’에 불과하다고 혹평한다. 그는 야생 동식물의 서식환경이 배려되지 않은 채 콘크리트 옹벽에 무대, 호안과 바닥에 자연석 포설, 양쪽의 자동차도로 등이 아쉬움이라고 말한다. 복원이 아닌 인간에 의한 개발이라는 말이다.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은 설계도 문제다. 노폭이 좁아 마주 지나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칠 수도 있는데다 가로수가 심겨져 보행에 불편함이 많다는 지적이다. 또 지체장애인의 이동에 필수적인 휠체어가 다니지 못한다는 데서는 청계천 복원의 한계가 느껴진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청계천은 복원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나머지는 1030만 서울시민과 차기 서울시장, 그리고 서울시 공무원들이 뜻을 모아 해결해야 한다.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47년 만에 복원된 청계천. 그 물이 10월1일 다시 흐른다.
方鏞植 기자 / argus@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