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함이 총명함을 물리칠 수 있어
우직함이 총명함을 물리칠 수 있어
  • 시정일보
  • 승인 2007.02.2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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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寧守渾愕(영수혼악)하고 而黜聰明(이출총명)하여 留些正氣還天地(유사정기환천지)하며 寧謝紛華(영사분화)하고 而甘澹泊(이감담박)하여 遺個淸名在乾坤(유개청명재건곤)하라.”
이 말은 ‘차라리 우직하여 총명함을 물리치고 다소의 정기를 남겨 천지에 돌리라. 차라리 화려함을 물리치고 청렴결백하여 깨끗한 이름을 세상에 남기라’는 의미이다.
세상을 너무 영리하게만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에게는 한결같이 하나의 공동점이 있다. 사물을 보는 시각이 너무 작고 가볍다. 얕은 꾀와 잔재주가 그들의 삶의 방식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들에게는 다만 살아가는 것만이 중요한 문제이지 결코 바르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정직한 남을 비방, 그 정직을 자기의 것으로 도둑질하거나 부지런한 타인을 헐뜯어서 그 부지런함을 자기것으로 도둑질 하는데 길들여져 있다. 세상에는 그들같은 조악한 총명함을 반기는 구석도 있고 그들같은 너무나 영악한 현명을 필요로 하는 구석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형태들이 오늘날 세상을 절반을 점유한다해도 차마 그들과 무리를 이룰 필요는 없다. 아니 확실하게 그들과 정반대편에 서는 것이 총명한 것이다. 차라리 조금은 우직하라. 차라리 조금은 속으면서 살아가라. 차라리 조금은 잃어버리면서 살아가라. 그리하여 잃어버린 것과 속은 것과 우직했던 것을 한데모아 그대 삶의 원천으로 삼고 대자연과 호흡하라. 참으로 깨끗한 이름은 그대 목숨과도 같은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작금에 들어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 또한 방법이나 상황은 좀 틀리나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가진 만찬에서 탈당의사를 밝힘으로써 현직 대통령이 당적을 정리하는 헌정사의 불행한 전통(?)을 또 재현하게 됐다는데 우리는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이는 우리나라가 정당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하기가 매우 부끄러운 일이며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유일무이한 풍경으로 우리의 정당정치가 아직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제 노대통령은 탈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버리고 이번 당적 정리를 계기로 정치적 중립내각을 구성, 초당적 국정 운영과 대선의 객관적 관리에 주력 임기 말 외교와 민생현안 등 국정과제의 원만한 마무리를 위한 일대 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