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가면 승진’ 옛말 … 능력을 키워라
‘세월 가면 승진’ 옛말 … 능력을 키워라
  • 시정일보
  • 승인 2007.05.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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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 바뀐 공무원 승진제도 =
공무원 사회도 이제는 변화와 개혁의 중심에 서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도 늘고 있다. 이는 공무원 사회가 일반기업처럼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예다. 능력과 성과는 승진과 직결돼 있다. 승진 평균소요연수와 가산점 제도, 현행 승진제도의 문제점, 인사교류 등을 중심으로 공무원 승진제도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4급 승진 평균 소요연수…서울시·자치구 38년

서울시와 자치구의 행정직 공무원의 경우 9급에서 3급까지 승진하는 데 걸리는 평균 소요연수는 각각 47년과 45년으로 나타났다. 승진인원이 적고 승진을 하지 못하면 퇴직을 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일반 승진으로 고위직에 오르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때문에 가산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활용해 승진을 해야 퇴직 이전에 고위 공무원이 될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8급으로 승진하는 데는 4년 3개월, 7급은 6년 8개월이 걸렸다. 이는 지자체 평균 소요연수인 3년 9개월과 6년 2개월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3급의 경우 서울시는 9년 2개월이 걸리는 반면 자치구는 6년 8개월이어서 서울시가 다소 승진이 느린 편이다. 3급 자치구 평균의 경우 강서ㆍ강남ㆍ송파구 평균이 빠진 것이기는 하지만 이들 3개 구에 평균을 7년으로 잡을 경우에도 7년 6개월이어서 약 2년 정도 차이가 난다.
자치구별 승진 소요연수를 보면 8급의 경우 중ㆍ도봉구가 3년9개월, 중랑구가 3년11개월로 짧은 편이고 송파구가 5년으로 가장 길었다. 7급은 거의 모든 자치구가 평균인 6년2개월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고위직인 4급은 강북ㆍ관악구가 약 10년이 걸린 반면 광진ㆍ성북구는 13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진은 ‘성과·실적’ 우선…평가는 ‘다면평가’ 선호

공무원 사회에서 연공서열은 갈수록 무의미해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승진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험이나 교육, 조건부 승진제, 인센티브 등 승진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활용하는 데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승진하는 것을 기대한다면 ‘고위직’에 오르기 전에 퇴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격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만 있는 상황에서는 제때에 올라가기 어렵다.
특히 다면평가는 요즘 들어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 중 하나여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성과와 실적을 쌓는 것이 승진을 위해 중요하며 평가방식에 있어서는 ‘상하동료 간 다면평가제’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공공자치연구원(원장 정세욱)이 ‘공무원 인사혁신-퇴출제’라는 주제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4월 말에 발표한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상하동료 간 다면평가제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쇄신을 위한 바람직한 평가제에 대한 답변 현황을 보면 ‘개인별 상하동료 간에 의한 다면평가제’를 선택한 공무원이 53.5%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개인별 목표관리제에 의한 업적평가 30.0%, △부서별 업적평가에 따른 업적 하위부서 할당 방식 8.3%, △인사ㆍ감사 부서에 의한 선정방식 3.6%, △근무평정 하위자 선정방식 3.0%, △상위관리자에 의한 부적격자 선정방식 1.7% 순으로 나왔다.
이 같은 분위기는 각 자치구가 인사 혁신 프로그램 등 새로운 인사 평가 제도를 시행하는 분위기를 키우도록 하고 있다. 신인사시스템은 창의적 업무 개선, 포인트제, 세수 증대, 예산절감, 대외기관 평가, 구정 홍보 실적, 민원 사무처리 기간 단축, 민원 해결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계량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추진된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성과 포인트 제도도 마찬가지다.
승진과 관련 자치구의 한 인사 담당자는 “지원봉사 등을 비롯해 평가 또는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얻어야 승진을 하는 게 쉬워진다”면서 “과거와 달리 기본적인 승진 소요연수만 채우면 선배, 호봉 등 고참이라는 이유로 자동으로 승진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과 자질, 그리고 성과 등을 갖춰야 원활한 승진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많아 지금은 연공서열보다 능력의 비중이 커졌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교환근무 필요성 인정…아직은 형식적 교류 수준

교환근무는 업무 현황 파악과 인센티브 부여 차원에서만 봐도 승진과 관련이 깊다. 자치구와 자치구, 서울시와 자치구 사이의 교환근무에 대해서는 구와 시 모두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는 자치구 간 교환근무의 경우 부서를 바꿔가면서 업무를 익힐 수 있고 시ㆍ구 간 교환근무는 업무가 틀리기 때문에 서울시나 자치구 중 어느 한 곳에서만 너무 오래 근무할 경우 업무를 제대로 알 수 없어 교환근무를 통해 업무를 알아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환근무를 한 직원에게는 또 인센티브 등 가산점을 얻을 수 있도록 해 승진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도 동감하는 부분이다. 특히 시ㆍ구 간 교환근무는 매우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서울시와 구청장협의회가 ‘시ㆍ자치구 정기 인사 교류 및 통합 인사 합의서’를 주고받은 것도 교환근무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해당 인원은 4급 1명ㆍ5급 2명ㆍ6급 5명 이상이다. 연령기준은 직급별 정년 3년 이하인 자는 제외되며 근속기준은 해당 지자체에서 4년 이상 연속 근무한 자다. 서울시ㆍ자치구 교환근무 인원은 4월5일자를 기준으로 볼 때 총 46명이다. <아래 표 참조>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필요성은 분명히 인정한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교환근무가 일상화되면 모르겠지만 지자체 실시 이후부터는 임명권자가 결정할 사항이기 때문에 필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교환근무를 쉽게 하기는 어렵다”며 “이는 자치구 입장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다른 곳으로 보내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실을 감안할 때 기존 인사 시스템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다른 한 관계자는 “서울시와 자치구의 교환근무의 경우 특정 부서를 정해놓고 교환근무를 하는 형태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 “몇 개의 부서가 아닌 여러 부서를 대상으로 시와 자치구가 순환 형태로 교환근무를 해서 업무를 배울 수 있게 하도록 해야 한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또 “물론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으나 교환근무의 목적은 다양한 업무를 익혀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한 것인 만큼 그것은 큰 문제는 아니며 100% 완벽한 인사시스템은 없으므로 작은 우려 때문에 큰 이익을 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스]
기술직 공무원 "내차례는 언제오나"
‘본청만 편애’ 불만…‘비율제 승진’ 도입 한목소리

“구청에서 근무하면 상사 보는 것도 어렵고 정보 공유도 힘든 상황입니다. 승진 대상자가 돼도 자치구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본청에 비해 적게 승진이 됩니다. 자치구에 근무하는 직원도 똑같은 직원인데 승진에 차이가 있다면 서운한 마음이 듭니다. 때문에 자치구와 본청의 기술직은 비율제에 근거해 승진인사를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 자치구에 근무하는 기술직 공무원의 말이다. 이는 서울시 본청과 달리 자치구에서 근무하는 기술직 공무원은 승진대상자에 맞춰 비율에 따라 승진 배정을 받지 못해 본청에 비해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지적이다. 즉 자치구에 근무하는 직원도 똑같은 자식인데 본청에 비하면 편애(偏愛)를 받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이는 최근 5년간 기술직 승진 현황을 보면 기술직 공무원들의 ‘편애’ 지적과 ‘비율제’ 시행 요구가 타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의 경우 승진대상자 수가 6명이고 총 승진 대상 후보 23명 중 본청 대상 후보는 14명, 자치구 후보는 9명이었다. 비율제를 적용할 경우 본청과 자치구의 승진 배정자 수는 각각 4명과 2명이 돼야 한다. 하지만 5명과 1명이 승진해 자치구에 근무하는 직원으로서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행 승진제도는 법규에 없는 본청과 자치구 간의 차별로 본청 소속 직원이 우위 배정을 받게 돼 자치구 기술직 공무원은 소외감과 불만이 생기고 사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4급 승진 계획에 나타난 심사 세부내용을 보면 상급자ㆍ동급자ㆍ하급자 등이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심사를 하도록 돼 있다. 그런 다음 1ㆍ2승진심사위원회, 시장단 회의, 제1인사위원회 등을 거쳐 최종 승진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자치구 기술직 공무원들은 이와 같은 인사시스템 중 ‘상급자ㆍ동급자ㆍ하급자 평가위원회’는 나름대로 객관적이지만 이후의 단계는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한 기술직 공무원은 “구청에서 ‘수’를 준다고 해도 본청에서 승진시켜 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사기 앙양, 유능한 인재 보급 등을 위해서라도 비율제에 의한 승진인사는 꼭 필요하며 경무관 인사시스템은 참조할 만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 자치구는 기술직 5급 정원 확보에 따른 승진방법을 개선해 달라고 서울시에 건의했으나 “기술직 5급 승진 수요는 자치구보다 시에서 많이 발생함에도 시ㆍ구 통합관리는 기술직 공무원들의 승진 불균형 해소를 위한 것이므로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고 답변했다. 또 기술직 5ㆍ6급 인사 교류 실시에 따른 건의에 대해서는 “구청장협의회를 통한 협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술직 인사와 관련 자치구의 한 고위 간부는 “시와 구의 비례에 근거해 승진인사를 시행하는 것은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와 함께 기술직 직원과 함께 자치구에서 근무한 직원이 승진 심사를 할 때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근무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좋은 개선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모든 업무에서 ‘창의ㆍ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인사 부문 또한 비율제 시행 등을 통해 창의혁신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구청장협의회가 이에 대해 협의를 요청할 경우 서울시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재 기술직 공무원들은 서울시가 비율제에 근거한 승진인사를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크다.
金鍾榮 기자 /jykim@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