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이렌 소리에 주위 확인하기
기고/ 사이렌 소리에 주위 확인하기
  • 최선주 광적센터장(양주소방서)
  • 승인 2021.12.0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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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 광적센터장(양주소방서, 소방경)
최선주 센터장
최선주 광적센터장

[시정일보] 흔히 바닷길이 열리는 것을 모세의 기적이라 말하며, 바닷길이 열리는 것처럼 도로 위 차량들이 좌우로 갈라져 길이 생기는 것 또한 모세의 기적이라 부른다. 소방에서는 이를 과거부터 홍보하고 있었으나, 본격적으로 시민들에게 알려진 건 SBS에서 방영했던 예능 <심장이 뛴다>로 알려졌다. <심장이 뛴다>에서 모세의 기적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길 터주기가 긴급자동차의 우선통행 방해 행위에 대한 범칙금을 올리는 등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끌어냈고, 소방차량을 비롯한 긴급자동차 길 터주기에 대한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이어졌다.

소방차량 길 터주기가 왜 중요한 것인지는 굳이 장황하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골든아워’. 이는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금쪽같이 귀중한 시간’이라는 뜻으로 일컫는 용어이다. 화재는 5분이고 심정지는 4분을 골든아워로 보고 있디. 화재 발생 시 최초 5분 이내가 초기대응에 가장 효과적이며,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알려져 있다. 5분 이내 화재진압에 실패하면 연소가 급격히 확산되어 피해 면적이 증가하고 인명피해가 생길 수 있다. 심정지 환자의 경우에는 4분 이내 뇌로 혈류가 가지 못하면 뇌신경 손상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최근 도로 위 모세의 기적은 잘 이루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불법 주·정차로 인한 출동 지연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골목길 불법 주·정차로 인한 지연이 다반사다. 골목길은 대체로 일방통행 길이 많으며, 도로 폭 또한 협소하다. 소방 긴급출동 시 주·정차 차량을 강제로 치우거나 이동시킬 수 있는 ‘강제처분’ 조항이 2018년 6월 소방기본법에 생겼으나, 첫 강제처분이 2년 10개월 만에 사례가 나왔듯이 실제로 현장에서는 강제처분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물론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결코 남용되어서는 안 되는 법 조항이지만, 현장을 앞에 두고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더 가까이 가지 못하고 수관을 여러 벌 전개하여 화재진압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소방관을 대상으로 소방차가 현장에 5분 이내에 도착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64%가 ‘일반 차량들이 비켜주지 않아서’ 또는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라고 답변했다. 출동하다 보면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려도 제 갈 길 가는 운전자가 많이 있다. 그 어떤 이유에서도 긴급출동을 하는 소방차량보다 빨리 가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시민들은 사이렌 소리에 주위를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자.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뒤에서 오는지 앞에서 오는지, 아니면 교차로 어느 한 방향에서 오는지 파악이 쉽지 않다. 그렇기에 사방을 확인함과 동시에 서행하며 뒤에서 소방차량이 온다면 도로 여건에 따라 좌우로 비켜서 길을 만들어주고, 뒤에서 오는 것이 아닌데 만약 본인 앞에 교차로가 있으면 자기 신호라도 잠깐 멈추었다 출발하는 운전 기량이 필요하다. 또한, 본인이 불법 주·정차를 했다 하더라도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주위를 둘러보고 소방차량이 주·정차된 차량 쪽으로 오고 있다고 하면 신속하게 차량을 이동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작은 행동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음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이제 나 자신부터 시작되는, 행동으로 옮기는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