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과거에 얽매이면 미래 비전은 없다
시정칼럼 / 과거에 얽매이면 미래 비전은 없다
  • 권 혁 중 논설위원
  • 승인 2022.05.1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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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혁 중 논설위원
권 혁 중 논설위원
권 혁 중 논설위원

[시정일보] 우리는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시간에 특별한 개념을 부여하지 않고 살아간다. 왜냐하면 어제, 오늘, 내일이 수학이나 과학처럼 특별한 공식이나 법칙처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이 중요한 것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기다리던 ‘내일’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주어진 것은 현재 이 순간이다. 과거는 이미 내 손을 떠났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과거에 얽매이면 과거에 잘 나갔던 시절(일)이나 아픔 또는 후회 속에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에 얽매이면 잠 못 이루는 날만 함께 하게 된다. 현재를 영어로는 ‘Present’라고 한다. 선물이라는 뜻도 품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가 있고 미래가 있겠지만 국어에서 의미를 두는 과거와 미래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과거가 있다'는 바람직하지 못한 전력이 있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고, ‘미래가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말로 쓰인다. 아마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때에 이런 점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한국의 문화라고 하면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장래는 자기에게 장차 다가올 미래를 가리키는 말이다. 미래는 앞으로 다가올 모든 세월을 다 포함한다. ‘앞날'은 ‘미래'와 ‘장래'를 아우를 수 있는 낱말이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젊은이들의 어깨에 달려 있다." 대신에 “우리나라의 앞날"이라고 해도 아무 차이가 없다. 또, “그의 장래는 밝다."라고 하는 대신의 “그의 앞날은 밝다"라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농촌의 장래는 밝다'와 ‘농촌의 미래가 밝다' 가운데에서 어느 것을 쓰느냐에 따라서 농촌의 부흥이 얼마나 일찍 이루어질지 가늠할 수 있다. 막연하지만 ‘농촌의 장래가 밝다'라고 하면 농촌이 곧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고, '농촌의 미래가 밝다'라고 하면 농촌이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들어도 괜찮다. 농촌 발전에 관한 계획이 추진된다면 농촌의 장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 얽매이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그만큼 과거는 미래의 발목을 잡는 셈이 된다. 노인들은 미래를 이야기하기보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세월을 보낸다. 우리는 장래에 대한 큰 기대를 상상하며 하루하루 앞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라틴어에 카르페디엠(Carpe Diem)이라는 단어가 있다 의미는 지금 살고있는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으로 ‘현재를 즐겨라’는 뜻이다.

요즘 지방선거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공천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은 엄청난 고충을 받는다. 그러나 공천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자칫하면 당선이라는 교만에 빠질 수도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것은 과거이므로 최대한 빠른 시간에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이다. 이긴 자에 대해서는 축하하고 진 자에 대해서는 위로를 나눌 수 있는 문화가 살아 있는 사회가 열린 참 사회일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공감 사회는 현재를 중심에 두고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논의하는 소통이 활발해야 한다.

살아가면서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수많은 경쟁속에서 살아가지만 승리를 보장받는 일은 전혀 없다. 경쟁에는 규칙(Rule)에 따라 공정하게 이루어진다. 따라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노력이 최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지원 등 다양한 협력체계가 만들어지면 보람있고 값진 승리를 얻게 된다. 지나가 버린 시간인 ‘과거’를 빨리 털고 ‘현재’를 새롭게 디자인하며 앞날을 준비하는 사람은 비전을 가진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