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으로 세계 10위 견인
공공디자인으로 세계 10위 견인
  • 시정일보
  • 승인 2007.09.13 14:55
  • 댓글 0

서울시 공공디자인정책 긴급점검
서울시가 은밀하게 ‘큰 일’을 내려고 한다.
한국전의 폐허속에서 일으킨 도시문명에 대해 모두들 ‘한강의 기적’이라고 말하지만 과밀한데다 번잡함까지 더해져 아무래도 세계일류로는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도시디자인의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는 도시디자인의 레벨을 높여 서울을 세계 10위권 일류도시의 반열에 올려 놓기 위해 신설한 비중있는 공조직이다.
서울시는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통해 무슨 일을 꾸미고 있을까. 본지는 서울시 도시디자인 업그레이드 전략과 비전을 독자들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서울시는 지난 5월 어쩌면 후세의 사가들에 의해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는 중요한 첫 발걸음을 내 디뎠다.
서울시 미관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통합기구를 출범시킨 것이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가 바로 그곳.
디자인서울총괄본부는 각 부서별로 흩어져있던 거리환경 개선사업들을 통일성과 일관성을 갖고 추진하기 위한 ‘전략부서’이다.
그동안 부서별로 따로 따로 사업들이 추진되다보니 효과도 크지 않고 시민들이 느끼는 거리환경 개선 체감도도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25개 구청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미미했던 점을 일거에 만회하려는 서울시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부서가 디자인서울총괄본부이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는 주택분야의 건축디자인, 도시계획분야의 도시경관과 야간경관, 문화분야의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등 그동안 시산하 여러조직에 분산됐던 도시디자인 관련 기능을 통합, 조정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


도시디자인으로 서울 브랜드가치 높여

문화의 시대, 디자인 시대로 불리는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런던을 비롯한 세계 선진도시들은 도시디자인을 핵심정책으로 삼고 도시정책의 새로운 틀을 짜고 있는데, 공공디자인이 도시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경험칙으로, 유명상품의 브랜드 가치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디자인은 상품판매의 보조수단이라는 소극적인 의미를 뛰어넘어 새로운 사회를 창조하는 ‘엔진’으로 작동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공공디자인이 도시의 정체성을 좌우하고 그 정체성에 따라 도시의 매력이 정해져 관광산업의 성패가 갈린다고 서울시는 보고 있다.
서울시가 추구하는 도시디자인은 단순히 보기 좋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주변환경과의 조화다. 모든 시설물들을 있어야 할 자리에 배치하고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수려한 산세와 큰 강을 끼고 있어 자연환경은 좋은 편이지만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환경이 가려져 있고, 디지털 강국임에도 첨단 이미지가 부족한 도시, 서울의 현재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시는 도시전체를 아우르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으며 도시디자인을 통해 서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을 향상시키려 하고 있다.


행정현수막 걷어내고 본격활동


금년 5월에 출범한 디자인서울총괄본부는 금년 7월12일 ‘행정현수막 없는 서울’ 사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서울시 전체를 뒤덮고 있는 어지러운 옥외광고물을 정비하기에 앞서 ‘솔선수범’에 나선 것이다.
이날 오세훈 시장은 서울광장에서 “행정 현수막을 모두 철거해 깨끗한 거리, 고품격의 선진도시를 건설해 나갈 것”을 선언했고, 시범적으로 시청앞 시정홍보선전탑을 철거했다.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등 볼성 사나운 현수막들이 난무하는 거리모습으로는 도시경쟁력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판단하에 스스로 ‘욕심’을 자제하겠다는 서울시 행정현수막 철거작업은 올해 8차선 이상 주요 간선도로에 있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서울시 교육청과 산하기관의 현수막을 모두 떼어내고 내년부터는 경찰서, 세무서 등 중앙행정기관과 정부산하 단체 등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또 내년 7월부터는 144개 노선 680km에 이르는 6차선 이상 도로에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인데 ‘홍보’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자치구별로 현수막 지정게시대를 증설하고 전광판, 시민게시판, 지상파방송 등 여타수단을 활용해 나갈 예정이다.


구마다 ‘디자인서울거리’ 시범조성


디자인서울총괄본부는 올해부터 내후년까지 2년반동안 총 25개의 ‘디자인서울거리’를 조성할 계획인데, 디자인서울거리는 거리의 모든 구성요소가 통합적으로 디자인 된 거리를 조성해 거리 자체를 디자인 전시장과 문화상품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11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디자인서울거리는 보도블럭, 가드레일 등 총 90여종의 공공시설물을 통합된 디자인으로 꾸미고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사업’과 병행해 단위사업 1개소당 약 500m 정도의 거리를 정비해 관광명소화 하는 한편, 서울시 전역에 공공디자인 특화거리의 장점을 알리는 선전장이 될 것이다.


4대 공공디자인 전략



디자인서울총괄본부는 ‘비우는 디자인 서울’ ‘통합디자인 서울’ ‘더불어 디자인하는 서울’ ‘지속가능한 디자인 서울’ 등 4대전략을 갖고 향후 활동의 지표로 삼고 있다.
‘비우는 디자인 서울’은 불필요한 시설물을 제거하고 불법간판을 정비하는 한편, 공공시설물을 재배치해 쾌적하고 여유있는 공공공간을 만들고, 공공시설물의 복합·슬림화를 통한 저밀도 고효율 디자인으로 ‘잘 읽히는 서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통합디자인 서울’은 가로시설물을 정보형, 기능형, 지능형으로 시스템화하고 통합된 디자인가이드라인에 의해 사업추진이 실행되는 ‘효율적인 서울’을 지향한다.
‘더불어 디자인하는 서울’은 시민·전문가·서울시가 파트너쉽을 형성하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시민들이 공공디자인을 제안하는 참여형, 체험형 디자인사업을 추진해 ‘행복한 서울’을 추구한다.
‘지속가능한 디자인서울’은 자연과 인간친화적 디자인, 미래지향의 순환 가능한 디자인, 지속적 사후 평가와 환류시스템을 도입해 ‘건강한 서울’을 건설하겠다는 전략이다.


10대 중점과제 중단없이 추진


1본부, 1부본부, 1기획관, 2담당관, 10개팀으로 조직된 디자인서울총괄본부는 현재 63명이 땀을 흘리고 있으며, 앞으로 △디자인서울 기본계획 수립 △디자인서울 가이드라인 제정 △서울 공공디자인 표준화 계획 △서울 상징개발 사업 △서울 광고물 수준향상 계획 △서울색 체계화 사업 △서울시 경관관리 방안 수립 △서울시 야간경관 업그레이드 계획 △서울 공공디자인 선도사업 △디자인서울 행사기획 및 홍보 등 10대 중점과제를 중단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문명혜 기자>




=출입기자가 본 디자인서울총괄본부=

-세계 10위 진입 ‘전위부대’

2007년 5월 600년 고도, 서울에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다. 낡고 어지러운 서울을 ‘특별히’ 관리해 줄 전문 코디네이터가 생긴 것이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는 민선4기 서울시의 핵심공약인 ‘세계 10위권 진입’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울시가 야심차게 기획한 부서로, 진정한 의미의 서울 리모델링 본부다.
디자인본부의 역할은 도시경관, 디자인 정책을 만들고 이를 실행해, 서울의 정체성을 세우고 경관을 일신해 세계일류도시의 반열에 올려 놓는 것이다.
디자인본부는 신설부서지만, 본부장이 부시장급으로 만만치 않은 위상을 갖고 있다. 디자인본부가 앞으로 추진할 사업들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가를 짐작케 할 뿐만 아니라 오세훈 시장이 이 조직에 대해 얼마나 큰 기대를 갖고 있는가를 엿보게 되는 대목이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는 앞으로 험한 길을 가야 한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척박한 토양에다 사업추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사업목표를 빨리 달성하려면 필수불가결한 ‘강제수단’ 즉, 법령의 뒷받침이 필요한데 이는 서울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므로 국회나 정부를 상대로 끊임없는 설득작업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디자인본부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본부가 제시하는 많은 문제점들을 시민사회에서도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있고, 깨끗히 정비된 가로변 주민들에게 일정한 경제적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 확인된다면 시민들의 지지는 들불처럼 번져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업의 성패를 논하기에 앞서 디자인본부의 출범은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세계일류도시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만한 조직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점과 관광객 1200만명을 끌어들이려면 현재의 도시미관으로는 아무래도 힘들겠다는 이유에서다.
나침반 없이 대양을 횡단할 수 없듯, 디자인본부는 현재 서울시가 가야할 긴 여정의 방향을 잡고 있는 중이다. <문명혜 기자>




= 인터뷰 / 권 영 걸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

‘시원한 도시’ 만들겠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교수와 미대 학장을 역임한 권영걸 본부장은 미술과 건축공학을 접목하는 공공디자인 분야의 석학으로 수백편의 논문과 저서를 집필해 온 국내 최정상급 전문가다.
권 본부장은 지난 17년간 그야말로 천하를 주유하며 공간디자인 연구를 계속해 왔다. 50여개국 370여 도시를 발로 뛰며 얻은 연구사례들을 시정에 접목시키기 위해 서울시에 입성한 권 본부장에게 서울시 디자인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본다.
-지난 4개월여 동안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이끌어 온 소감은.
△서울시에 와서 보니 역대 시장님들이 서울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도시디자인은 여전히 기초가 안돼 있고 도시경관 기본계획도 미흡해 갈길이 멀다는 걸 절감했다.
대양을 횡단하려면 나침반이 있어야 하듯 서울시 공공디자인 정책이 정확한 방향을 잡고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많은 땀을 흘릴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학계에서 서울시로 자리를 옮긴 동기는 무엇인가.
△′79년부터 대학강단에 서 30년 가까이 공간디자인을 연구하고 후학들을 가르쳐왔다. 나름대로 보람도 많았지만 일상생활이 점점 황폐해지는 걸 체감하면서 대학을 떠나 삶의 현장에서 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보고 싶은 생각을 억누를 수 없었다.
-시민들에게 아직 낯선 조직인 디자인서울총괄본부가 하는 일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오케스트라는 솔리스트의 개인기 보다는 각 악기의 조화로운 연주에 의해 유명세를 얻게 된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도시문명도 거대한 자연환경속에 건설되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하위요소간에 질서와 조화를 이뤄야 국제일류도시라 할 수 있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는 서울을 일류도시로서의 일관된 질서와 조화를 이뤄내고, 그동안 고유한 개성을 갖지 못했던 서울의 정체성을 만들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대표브랜드로 만들어 나가는 일을 한다.
-본부의 업무를 시민들이 일상생활속에서 어떻게 접할 수 있나.
△본부는 거시적으로 서울시 전체의 경관관리도 하지만 휴지통, 벤치, 가로등, 가로판매대 등 시민들이 매일같이 거리를 걸으며 보고 부딪히는 미시적 요소들까지 ‘서울다움’을 만들어내고 각 요소들간의 조화를 이끌어내 결과적으로 서울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전문가의 눈으로 본 서울시의 공공디자인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우리나라가 산업디자인 강국임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의 대표도시 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공공디자인 표준화도 안돼 있고, 서울의 시각이미지를 결정하는 주요요소인 서울서체도 개발돼 있지 않을 정도로 토대가 약하다.
-디자인본부의 장단기 비전은 무엇인가.
△서울은 수려한 산으로 둘러쌓여 있고 수량 많고 넓은 강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경관의 도시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도시들을 직접 가보면 산이 있으면 강이 없고, 강이 있으면 산이 없는데 서울은 천혜의 자산 외에도 613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문화도시이기도 하다.
서울에 있는 수많은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자산으로 품격있는 도시를 만들고 세계인을 불러모으는 관광도시가 돼야 한다. 또 IT인프라를 기반으로 역동적인 첨단도시를 만들어 나가야 하고, 꼭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런던, 파리보다 교육수준이 높은 천만 시민들의 지식을 기반으로 세계도시로 나가야 한다. 본부는 서울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도록 할 것이다.
-재임중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서울은 급격하게 성장한 도시이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도 좋지만 청소하고 비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겹치는 것을 통합해 미끈하고 시원한 도시를 만들고 싶다. 오래된 것을 부수기만 한다면 역사는 결국 단절될 것이기 때문에 역사와 문화를 살려내는 일도 중요한 목표다.
-본부의 업무와 관련, 시민들에게 이해나 협조를 구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도시디자인 사안은 이해가 엇갈리는 당사자가 있기 때문에 사업추진이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사업이 잘되면 삶의 질이 높아지고 그 도시에 사는 긍지와 자부심이 생긴다. 좋은 공공디자인의 열매는 시민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인식해 주시고 본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많은 참여와 격려를 보내주셨으면 한다.

文明惠 기자 / myong5114@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