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인구절벽 대책과 대학 재정지원의 허점
사설 / 인구절벽 대책과 대학 재정지원의 허점
  • 시정일보
  • 승인 2023.06.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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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지방대학의 대량 폐교가 코앞에 닥쳤다. 교육부는 라이즈(RISE)사업과 글로컬(Glocal)이란 두 가지 대학 구조전략을 내놓았다. ‘라이즈 사업’은 네개의 지역혁신형 대학재정지원사업들을 연계, 통합하고 그중 50%를 지자체가 시행 주체가 되도록 한다. 즉 지역혁신대학지원체계 사업이다. ‘글로벌 대학’이란 비수도권 지역의 우수대학 30곳을 선정해 향후 5년간 1000억원씩 지원하는 사업이다. 벌써 라이즈 사업에 7개 광역시·도가 시범 선정됐다. 글로컬 대학 사업에도 100개가 넘는 대학들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중앙정부 일변도에서 대학교육의 거버넌스를 광역시·도가 주도하도록 한 것은 새로운 정책으로 환영할만한 일이다. 지금까지 대학들은 교육부의 획일적 사업기준에 맞추느라 지역적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이러한 새로운 혁신의 정책에 대학의 재정지원이 얼마나 효력을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하나의 사례로 인구절벽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정부는 조 단위의 재정지원을 했다. 결과는 예산지원대비 실효를 보지 못했다. 한승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5년 동안 1000억원이라는 예산을 한꺼번에 퍼붓는 방식은 비유하건대 “단비를 기다리다가 폭우를 맞는 형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학생은 부족한데 학교는 때아닌 돈 잔치를 하게 되며 방만한 지출과 예산 낭비는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이러한 대규모 재정사업의 대상이 대부분 사립대학이라는 점도 간과돼서는 안된다. 사립대학들은 기본적으로 개별기업처럼 각자도생을 위해 노력하며, 공공성 차원에서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며 교류하는 공동재로서의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렵다. 그래서 한국의 대학들은 서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는 개별 대학들만 존재할 뿐, 통합된 형태의 입학방식, 대학 간 학생 이동, 공동수업 및 연구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통합된 고등교육생태시스템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 재정 보조금을 대학의 공공거버넌스 체계를 확장하는 마중물로 사용하는 방안도 있다. 예컨대 사립대학들이 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사립대로서의 정체성을 내려놓고 거버넌스 차원에서 준 공립대학으로 전환도 심각하게 고려해 보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산 지원이 끝나는 5년 후에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평가장치도 갖춰야 한다. 과연 5년 후에는 교육부가 기대하는 ‘글로벌 수준의 로컬 대학들’의 기초가 다져지는지의 문제다. 혹은 입학자원 고갈의 태풍을 피한 30개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파산선고를 기다리는 상황만 남게 되는 것도 우려하게 된다. 올해 교육부의 예산을 보면 96조원은 각각 유·초·중등교육에 84.5%, 고등교육에 14%가 배정돼 있다. 평생교육에는 1.5%만 배정됐다. 25세 이상의 성인 인구에 투자되는 예산은 눈에 띄게 적다. 인구절벽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평생교육과 같은 지원은 낙후돼 또 다른 과제를 않게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인구절벽의 해결은 대학의 지원이 아니라 인구 감소의 원인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