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무원이다/ 도봉구 복지정책과 '도봉치유학교'
나는 공무원이다/ 도봉구 복지정책과 '도봉치유학교'
  • 신일영
  • 승인 2023.06.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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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5년째, 민선8기 오언석 구청장 ‘변화 바람’
지원비 늘리고 프로그램 연계 강화, 효율성 가미
함께 장보고 음식만들고, 정리하며 사회성 회복
고독사 눈에 띄게 줄고, 187명 어르신 일상 복귀
고금숙 과장(사진 중앙)을 비롯한 복지정책과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고금숙 과장(사진 중앙)을 비롯한 복지정책과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은둔형 생활자들 ‘다시 세상으로’ 나가는 디딤돌 역할

[시정일보 신일영 기자] 휴머니즘을 주제로 하는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가슴 뭉클한 사연들이 도봉구청 복지정책과를 통해 연출되고 있다.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지난 2019년부터 사회와 단절된 사람들을 발굴해 일상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또 보편적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 ‘도봉치유학교’가 주목받고 있다.

도봉구 복지정책과에 따르면, 도봉구에서는 최근 ‘고독사’ 발생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또한, 여태까지 총 187명의 어르신을 발굴해 일상으로 복귀시키는 성과를 보였다. 물론 도봉치유학교의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수년간 숨어지내며 사회와 철저하게 고립된 은둔형 사례관리대상자를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봉치유학교는 통합사례관리 서비스 대상자 중 사회와 단절돼 ‘빈곤’과 ‘고립’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복지서비스 지원프로그램이다. 일상생활의 기술향상과 스트레스 관리 및 정서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고립된 취약계층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은둔형 사례관리 대상자의 고독사 위험도를 낮추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지역사회에 적응해 사회 복귀 가능성을 높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도봉구 복지정책과와 통합사례관리사 4명이 관리ㆍ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함께 장보기 프로그램 △동행요리교실 프로그램 △정리수납 프로그램 △치유프로그램 등으로 운영된다. 올해 햇수로 5년째이지만, 민선8기 오언석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변화를 맞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1인당 지원비를 5만원에서 6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각 프로그램별 연계성을 높였다. 이와 함께 네 개의 프로그램이 서로 연계될 수 있도록 효율성도 가미했다. 은둔형인 분들을 세상으로 이끌려면 좀 더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프로그램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반영한 것이다.

예를 들면, 장보기 프로그램을 완료하면 일단 마트에 갈 수 있는 연습이 됐다고 가정하고 다음 단계인 공유부엌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그다음에는 인간의 기본적 본능 중 하나인 먹을거리가 해결되면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길 거라는 가정에서 정리수납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조봉래 주무관은 “자기 주변을 돌아봤을 때 지저분한 것들도 발견할 수 있고, 그래서 치우고 싶은 마음이 생길 텐데, 막상 하려고 보니 어떻게 정리할지 방법을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정리수납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이후 과정은 힐링프로그램이다. 현실을 자각하고 감정조절 등이 가능해졌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에는 MBTI를 활용해 참여자들의 성격 특성 등도 제공해 줘 자기 자신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켜준다.

지난 3년간 함께 장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A씨(79세, 여)는 “노환 등으로 세상과 단절돼 바깥 활동이 전혀 없는 상태였는데, 장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용기를 갖게 됐고, 이제 인근 노인복지관의 무료급식소 등도 직접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적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필예 통합사례관리사에게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는지 물었다.

폐지수집으로 생계를 연명하던 80세 어르신 B씨. 사실상 부양가족이 없고 복지혜택을 못 받는 상황에서 화재 위험이 있다는 이웃의 민원으로 이마저 중단되자 우울증과 은둔생활이 시작됐다. 이를 발견한 복지정책과와 통합사례관리사는 거의 2년 동안 B씨를 설득해 가까스로 도봉치유학교로 이끌어 현재 거의 보편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적응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 10년, 노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50대 C씨. 유산이 있었지만 이를 활용할 줄 몰랐고, 설상가상으로 올 5월 부친 사망, 노모는 뇌졸중으로 보편적인 생활이 불가한 상황. 도봉치유학교의 도움으로 유산 상속 후 현재 요양보호사 자격증 공부를 하며 노모를 성실히 모시고 있다.

한편, 도봉치유학교는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5월8일부터 2주간 은둔형 사례관리 대상자와 통합사례관리사가 함께 마트와 전통시장을 방문해 생필품과 식료품 등을 구매하는 ‘함께 장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오는 11월까지는 도봉식생활 배움터 교육장에서 ‘동행 요리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