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매사 수시처중(隋時處中)할 줄 알아야
시청앞 / 매사 수시처중(隋時處中)할 줄 알아야
  • 정칠석
  • 승인 2023.06.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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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君子之中庸也(군자지중용야)는 君子而時中(군자이시중)이요 小人之反中庸也(소인지반중용야)는 小人而無忌憚也(소인이무기탄야)니라.

이 말은 中庸(중용)에 나오는 말로서 ‘군자가 몸소 중용을 실행한다는 것은 군자로서 늘 때에 맞춰 중에 처한다는 것이며 소인이 중용을 어긴다는 것은 소인으로서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중용은 의미보다 실천이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군자가 몸소 실행하는 중용은 時中(시중)이라고 했다. 주희는 시중을 隋時處中(수시처중) 즉 때에 맞춰 중에 처한다로 풀이했다. 여기서 중은 지당한 것 즉 지극히 타당한 것 또는 至善(지선)의 것 즉 지극히 최선의 것을 말한다. 이는 또한 대학의 止於至善(지어지선)에서의 지선과 연관돼 있다. 양자는 모두 만사만물의 이치에서 타당함의 극치를 일컫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중은 언제 어디서나 가장 최선의 가장 타당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중용은 權(권)과 變(변)을 중시한다. 權(권)은 常(상)의 상대요 變(변)은 通(통)의 상대로 매사를 처리함에 있어 가장 당면하고 정당하고 합당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군자는 바로 중이 근본임을 알고 권과 변을 알아 시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소인은 변화와 융통이 자신의 이익에 치우친 것이며 욕망이 지나친 것이다. 그래서 얼핏 보면 시중인 것 같지만 사실을 중용에 역행하는 것이다.

작금에 들어 대구에서 집회를 둘러싸고 행정공무원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는데 대해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대구퀴어문화축제 주최측이 차량전용도로인 대구 중구 중앙로에 무대를 설치하기 위해 차량 진입을 시도하자 시·구청 공무원 500여명이 길을 막아섰고 이에 경찰 1500여명이 차량에 길을 터 준다며 이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충돌한 것이다. 자치단체와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이 시민들 앞에서 수천 명이 뒤엉켜 물리적 충돌을 빚는 모습에 우리는 심각한 우려와 함께 개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 대구에서 15번째 열린 이 행사를 두고 대구퀴어반대대책본부 측이 불법도로점용 등의 혐의로 주최측을 경찰에 고발하고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법원의 결정이 도로 점거에 대해 어떤 판단인 것인지는 다소 불확실하다. 그러나 그것이 행정과 치안 두 공권력이 물리적으로 충돌할 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특히 지자체와 경찰의 수장이 퀴어축제에 대한 도덕적, 종교적, 정치적 잣대를 달리하는 바람에 빚어진 충돌이라면 이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집회를 허가한 법원 결정이 도로 점용까지 허용한 것인지 명확히 가려 대구시와 경찰 어느 쪽에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공권력간의 갈등을 방지할 재발방지책을 마련, 시민들의 불안과 공권력 불신을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