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불볕더위에 쓰러지는 노동자들, 정부의 대책 필요하다
사설 / 불볕더위에 쓰러지는 노동자들, 정부의 대책 필요하다
  • 시정일보
  • 승인 2023.07.0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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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연일 살인적인 무더위에도 일손을 멈출 수 없는 노동자들이 있다. 34도를 웃도는 날씨에 냉방시설이 없는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불볕더위는 무서운 적이 된다. 2일 경기 하남의 대형할인점 지하주차장에서 카트정리를 하던 노동자가 쓰러져 숨졌다. 당시 하남의 낮 최고 기온은 33도의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전날 행정안전부는 불볕더위 경계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전날에도 체감 온도가 35도를 웃도는 데 이어 무더위는 사그라질 기미가 없다. 이미 해수욕장 피서지에는 사람이 모여들지만, 불볕더위에도 쉴 틈이 없는 노동자에게는 필연의 환경이다.

하남의 주차장에서 숨진 노동자의 환경은 열악한 상황이었다. 동대문에 있는 주차관리인 김 모 씨도 한 평 남짓한 1인용 컨테이너에서 더위를 식힌다. 에어컨이 없어 선풍기에 의존해야 한다. 김 씨는 여름에는 물을 많이 먹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짠한 하소연을 했다. 땡볕에서 일하는 야외주차요원도 불볕더위가 두렵다. 연신 형광봉을 흔들며 차량을 안내한다. 지하는 지하대로 지상은 지상대로 모두가 열감에 노출된 환경이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에도 권 모 씨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회사의 방침이라는 말이다. 도시가스 안전 검침원으로 일하는 김 모 씨도 하루 120가구를 방문한다. 그는 그늘 같은 계단에서 10분씩 쉬어가며 검침을 하고 있다. 5년 차 배달을 하는 김팔봉(45) 씨는 실제 기온이 33도라면 달구어진 아스팔트는 거의 체감 온도가 40도 정도로 느껴진다고 한다. 그렇다고 생계를 꾸려가는 가장과 노동자 입장으로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쪽방촌에 사는 노인에게도 불볕더위는 어려운 시간이다. 창문이라야 조그마하다. 더는 버티지 못해 공원의 그늘 신세를 지고 있는 형편이다. 석양이 지면 집으로 들어오지만 찜통이다.

질병 관리청 온열 질환 응급실 감시 체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을 기준으로 작년 104명이었던 온열 환자는 금년들어 149명으로 45명이 늘었다. 더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린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을 할 수 있다. 정부는 현장의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해 죽음으로까지 내몰리는 환경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불볕더위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열사병이 우려되는 노동자에게 그늘막과 음료수가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 법으로 규정된 것이 아닌 권고사항이라는 이유로 사용자측의 느슨해진 안전인식 개선에도 관계기관이 적극 나서야 한다. 국회는 권고가 아닌 법으로 노동자가 보호될 수 있도록 신속한 법 개정도 추진해야 한다.

정치권이 자당의 이견을 가지고 현수막 정치를 하는 것보다는 능동적으로 국민 옆으로 다가가는 것이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와 쪽방촌의 현실적인 대책이 요시급하다. 법 개정에는 불볕더위가 지나치면 작업을 중지시키는 현실적인 법안의 개정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