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면 누가 이길까?
시정칼럼 /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면 누가 이길까?
  • 권혁중 논설위원
  • 승인 2023.07.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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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혁 중 논설위원
권 혁 중 논설위원
권 혁 중 논설위원

[시정일보] 우리는 어릴 때 이솝 우화집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 경주 이야기를 한번쯤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 이야기는 ‘잘나가는 사람’에게는 자만에 빠지면 안 된다는 교훈을, 그리고 ‘못 나가는 사람’에게는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 그렇다면 ‘잘나가는 사람’과 ‘못 나가는 사람’ 모두가 이 우화의 교훈대로 열심히 살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다시 말해서 토끼는 토끼대로 자만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달려가고, 거북이는 거북이대로 쉬지 않고 달려간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더 말할 나위도 없이 결과는 토끼의 승리 즉 ‘잘 나가는 사람’의 완승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만약 현실에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불가피한 것이라면, 우리는 경기를 공정하게 이끌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제도적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토끼로 하여금 거북이보다 뒤에서 출발하도록 출발선을 조정한다든지,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경주에 참여해야 하는 거북이에게 일정 정도의 가산점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이 시대를 풍미하는 최고의 지배 원리는 자유경쟁이다. 자유경쟁 체제는 참가자들이 경쟁 시작 전부터 가지고 있는 원초적 불평등에 대해서는 따져 묻지 않은 채, 강자와 약자 모두를 무차별적으로 약육강식의 장으로 몰아넣는다. 이러한 체제의 논리에 따르면, 거북이가 토끼와 경주를 해서 패하는 것은 자신의 무능력과 게으름 때문이다.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주기 마련인데, 간절하게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경주에서 남에게 뒤지게 된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논리가 아닐 수 없다. 경쟁 이전에 존재하는 원초적 불평등을 은폐한 채 자유경쟁만 강조하는 일은, 서로 다른 출발선 상에 서 있는 경주자들에게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출발해서 결승점까지 달려가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 일이 되고 만다.

요즈음 주변에는 내년 총선에 대해 많은 말들이 돌아다닌다. 마치 토끼와 거북이 경주를 연상하게 하는 행태가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처음 출마하는 사람이 거북이이고 기존에 활동하던 사람은 토끼일까? 경주가 공정하고 참가자들이 경주 결과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스포츠에서 쓰고 있는 공정한 경기방식을 응용해 규칙으로 적극 쓰면 된다. 특히 기득권을 가진 사람에게 유리하게 경주 규칙을 정하면 새롭고 경쟁력 있는 사람의 진출에 옹벽(擁壁)을 치는 격이 될 것이다. 따라서 기득권을 가진 사람만이 자기 전유물처럼 경주 결과를 생각하게 만드는 규칙은 대담하게 개혁해야 한다. 주권(主權)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의 권리를 제한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하지 않던가!

토끼와 거북이 경주를 교훈 삼아 공정하고 공감하는 경주를 해야 경주자 서로간의 갈등도 최소화하고 승리를 축하해주는 잔치마당이 될 것이다. 잘 나가는 사람만이 항상 잘 나가는 세상이 되면 노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첨단화되고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 사회로 바뀌었다.

역량과 개방화된 사고(思考)를 가진 사람들이 경주에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