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음주운전 사고는 근절될 수 없는가
기고/ 음주운전 사고는 근절될 수 없는가
  • 임종은/ 한국문학신문 전 편집국장
  • 승인 2023.08.1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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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은/ 한국문학신문 전 편집국장
임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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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우리 주변에서 음주운전 행위는 단속할 적마다 많이 적발되고 있지만, 사고 역시 전국적으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숨진 고 윤창호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개정안’ 등에 의하면,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최소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며, 또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을 강화했다.

그러나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난해에는 음주운전이 약간 줄었다가, 이후 법 시행 이전 수준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형량을 강화했음에도 매월 1만 건 이상의 음주운전이 적발되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음주운전은 본인은 물론이지만, 타인에게도 큰 피해를 주게 되는 사례를 많이 보게 된다. 한 번의 사고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파탄 나게 되며 행복했던 가정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게 되기 때문이다. 또 앞길이 창창한 생명을 앗아가는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듯 위험한 사태들이 예견되는 대도 왜 음주운전은 근절되지 않을까? 몇 가지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사회적으로 음주에 대한 관대한 인식이다. 근간에는 많이 변화되었지만, 예전에는 음주로 인한 각종 사고는 정상을 참작해 주며 관용을 베풀어 왔다. 또 많이 마실수록 통이 크고 대인군자답다는 의식이 사회적으로 통념화되었다.

그래서 조직 내에서 술을 잘하면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풍조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이러한 의식이 습성화되면서 음주운전까지 가볍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 음주 문화의 경직성이다. 상하 관계가 뚜렷한 조직 문화로부터 시작된 음주 문화의 경직화는, 무조건 마셔야 조직에서 도태되지 않는다는 의식과 상사가 권하는 잔은 반드시 비워야 한다는 잘못된 음주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술자리에서 선배들의 강요로 마신 술로 인하여, 알코올 분해효소가 약한 학생이 가끔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아무튼 조직이나 단체에서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잔 정도쯤이야?’ 하는 만용이 음주운전과 연결된다.

셋째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처벌 기준의 미약함이다. 음주운전에 대한 벌칙을 보면, 혈중알코올농도(BCA) 0.03%∼0.08% 미만이면 1년 이하의 면허정지와 벌금 / 0.08% 이상이면 2년 이내의 면허 취소와 벌금에 처하게 되었다. 문제는 1년 이내의 면허정지는 6개월 정도 정지 후에는 다시 운전할 수 있고, 2년 이내의 면허 취소는 1년이 넘는 시점부터 다시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는 해석인데 이는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가 싶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 사고 시, 혈중알코올농도 0.03%∼0.08% 미만의 경우 1년 이상∼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1천만 원 이하의 벌금 / 0.08% 이상이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이 또한 사고의 경중이나 사안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의 재력이나 변호인의 영향에 따라 얼마든지 솜방망이 판결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교통사고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가 없더라도 일방적으로 법원에 공탁금을 낼 수 있도록 한 ‘교통사고 형사공탁 특례제도’가 2022년 12월 9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사고를 낸 가해 재력가에게 감형과 면죄부를 주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풍토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근절하기는 참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언론 보도를 보면 3차 음주운전 경력자가 또다시 적발된 사례가 가끔 있다. 한 사람의 미래를 파괴하고 한 가정을 파멸시키는 사고를 내고도 법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여 당당하게도 다시 운전할 수 있다는 현실이 한심스럽다. 미국 워싱턴 주는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음주운전 당사자에게 1급 살인죄를 적용해 최소 징역 50년에서 최대 종신형을 선고한다고 한다.

더구나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반성문'이나 '합의서'를 악용하는 것도 문제다. 극히 일부 부득이한 때에만 정상 참작하고, 대부분은 단호히 불인정해야 한다. 법정에서 눈물과 반성은 누구나 할 수 있고, 합의서 역시 마찬가지다.

언론에서 폭행이나 성폭행의 경우도 반성문이나 합의서를 인정하여 정상 참작이라는 판결을 하는 법관을 보면, 법치주의와 사회정의에 대한 최소한의 소양(素養)이라도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미필적 고의(未必的故意)라는 법률용어가 있다.

행위자가 범죄 사실의 발생을 적극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기의 행위가 어떤 범죄 결과의 발생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하는 것을 이르는바, 이는 음주운전도 해당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로 간주하여, 형법 제250조의 살인미수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서 음주운전과 그에 따른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민·형사상 적용되는 법과 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무엇보다 사법부의 정의롭고 공정한 판결을 통해 건전한 교통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