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염치와 얌체
기고/ 염치와 얌체
  • 서정규 / 내부통제연구소 대표
  • 승인 2023.08.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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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규 / 내부통제연구소 대표
서정규
서정규

[시정신문] 염치(廉恥)는 결백하고 정직하며 잘 못 한 것에 대하여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입니다. 체면을 차릴 줄 아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덕목입니다. 체면(體面)은 남을 대하기에 부끄러움이 없는 번듯한 면목을 일컫는 말입니다. 체모(體貌)라고도 합니다.

도덕성에 대한 학문이자 종교인 유학의 가르침 중 맹자의 사단칠정(四端七情)에서는 인의예지(仁義禮智) 4 덕목을 강조합니다. 그 둘째 수오지심의지단야(羞惡之心義之端也) 해석하여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의로움의 출발이다. 라고, 부끄러움을 아는 자세가 바른 정의(正義)의 출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거짓말은 한 번 하면 두 번 하게 되고, 한 사람이 하면 두 사람이 하게 됩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거짓말도 자꾸 하거나 떼를 지어서 하게 되면 바로 도둑놈과 같이 되게 마련입니다.

거짓말을 하면서 정의를 부르짖습니다. 나는 거짓말을 하면서 상대방의 거짓말을 욕합니다. 이런 풍조를 일컫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바로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이렇게 거짓말을 두고 나와 남에게 대하는 자세가 다른 자들을 향하여 낯가죽이 두껍다고 합니다. 후안무치(厚顔無恥) 바로 낯가죽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못 느낀다는 말 입니다.

이런 거짓말, 내로남불과 후안무치 작태(作態)는 사회적 저명인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저명인사(著名人士)란 훌륭한 인품과 지식을 가지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위치에 있어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사를 말합니다. 요즈음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으나 인품이 형편없는 자들의 염치없는 작태가 횡행(橫行)합니다.

2023년 세계 청소년 잼버리가 어제 8월 11일로서 끝났습니다. 그동안 선진국인양 여기던 우리나라의 후진국 수준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졌습니다. 야영장은 물구덩이에 텐트를 치는 곳이 아님은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일입니다. 세계적 기상이변으로 물난리가 기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런 8월 한여름에 바다 매립지를 야영장으로 선정한 잼버리 주최 기관의 용지와 배짱이 국제적 망신 잼버리의 판을 깔았습니다. 거금을 중앙정부로부터 타낸 주최기관의 행태가 가관입니다. 남의 나라 잼버리 행사에서 배우겠다고 앞다투어 세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선 화장실이나 샤워장 하나 제대로 못 만들었습니다.

주무 부처 장관은 잼버리 행사 준비 상태를 묻는 국회에서 너무나 태연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답변했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를 보니 행사장에 한 번도 아니 간 채 거짓말을 하였던 것입니다. 거짓말을 태연히 하고서도 잠이 제대로 왔을까요?

행사 주관부처가 다섯이라고 합니다. 그리고선 국제적 망신을 사니 대답이 가관입니다. 첫마디가 전 정부가 잘 못 했다고 말합니다. 정부란 그 권한과 책임을 인계하고 인수 함으로써 국정을 수행합니다. 국정 인수 후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난 작금에 전 정부 책임 타령을 태연히 합니다. 후안무치의 또 다른 극단 쇼를 보여줍니다.

장소를 관장하는 기관의 장은 또 다른 책임 떠넘기기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중앙부처에 권한이 많고 자신에게는 권한이 적다고 말합니다. 내가 관할하는 땅에서 벌어지는 행사입니다. 그렇다면 왜 수 많은 직원을 해외에 출장을 보냈다는 말인가요? 행사 예산의 집행권을 왜 받아낸 것인가요? 계속 말하자니 글을 쓰는 필자의 얼굴이 화끈거려 더 나갈 수가 없습니다. 바로 염치없는 후안무치 거짓말의 국가적 망신 이제 그만합시다.

죄를 지은 의심을 사고 검찰에 불려가는 인사에게 언론의 기자들이 물으면, 검찰이 정치공작을 한다면서 법적 대응하겠다고 의기양양하라 합니다. 수 시간 검찰 조사 후 나오는 인사에게 또다시 물으면 한풀 꺾인 기세로 법정에서 대응하겠다고 말합니다. 대표적인 거짓말입니다.

한 인사는 학자였습니다. 진보 이데올로기를 주장하여 그 진영의 대표적인 저명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람은 한번 겪어보지 못하면 그 정체를 잘 알 수가 없는 법입니다. 이 사람이 정부의 고관대작이 임명되었는데 아뿔싸 그만 청문회 과정에서 후안무치한 작태가 탄로가 나고 말았습니다. 어떤 일을 조작(造作)하는 것은 당사자의 증언이나 해당 문서 등을 듣고 보면 바로 알 수가 있습니다. 그 조작된 증거를 없애려고 발버둥을 치며 아니라고 거짓말로 우기다가 가족 전체가 그만 처벌당하고 말았습니다. 이 인사의 가족 단위 후안무치는 역사에 길이 남을 일입니다.

어떤 인사는 검찰이 소환하니 대통령의 실정을 만회하기 위하여 자신을 소환한다고 말합니다. 없는 죄를 만들어 소환한다고 당당히 말합니다. 마치 자신이 대통령과 동급의 인사인 양 생각하는 모습입니다. 없는 죄라는 것은 어떻게 알았는지 모를 일입니다. 만약에 죄가 없다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소환에 응하지 않고 결백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어떤 조직의 인사가 죄를 저질렀으면 그 조직에서 최종적으로 승인한 인사는 그 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이 정당한 사리입니다. 자식이 잘 못 한 행위에 대하여 선생이 훈계하니, 그 일을 두고 요즈음 새로이 생긴 학생 인권 침해라면서 선생을 무고로 고소합니다. 어떤 작자는 제 자식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교실로 달려가 무조건 선생을 패고 봅니다.

요즘 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거짓말과 덤터기 씌우기 작태입니다. 학교란 어린 학생들에게 사람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마음 자세와 행동거지를 가르치고 동시에 올바른 지식을 함양(涵養)하게 합니다. 자라나는 어린이는 학교 교육과 더불어 부모의 가정 교육으로 사람다운 인성(人性)을 갖추게 됩니다.

인권이란 나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남의 인권도 존중해 주는 의무가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더불어 사는 민주 자유 사회에서 권리는 반드시 의무가 따르게 마련입니다. 이런 부모는 자신의 무지와 후안무치를 나타내면서 자식의 장래를 망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정치판 선거에서 돈을 준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 사건이 세상을 더럽힙니다. 더구나 과거 사회를 개혁하겠다는 행적을 벼슬 삼아 저명인사가 된 자들의 돈 봉투 사건은 양두구육(羊頭狗肉) 개혁 작태로서 만인의 손가락질을 받을 만합니다. 돈을 준 사실을 검찰이 파악했는데, 그 돈을 받았다고 의심이 가는 인사의 명단이 공개되니 모두 한사코 받은 적이 없다면서 법적 대응하겠다고 얼어 얼거립니다. 아마도 떼를 지어서 우기면 자기들의 진영에서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입니다.

진영의 대립 이것 정말로 우리 사회를 좀먹는 풍조(風潮)입니다. 역사적으로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형성된 보수주의(Conservatism)는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의 자유와 사회적 제도의 보호를 지향(指向)하는 이념입니다. 정부는 시장경제를 통한 자유경쟁과 사유재산을 보호합니다. 그 시절 또 다른 축으로 동시에 조성된 진보주의(Progressivism)는 사람 간의 평등과 정부의 강한 힘에 의한 분배를 위하여 개혁하는 이념입니다. 사회적 약자의 권리와 연대를 강조합니다.

보수주의가 타락하면 일부 부유층의 염치없는 치부로 빈부격차가 더 크게 벌어집니다. 바로 수구주의가 횡행하게 마련입니다. 진보주의가 기승을 부리면 유아독선(唯我獨善) 강한 공권력에 의한 사회 개혁이 횡행하게 마련입니다. 개혁은 필요는 하지만, 사회 개혁은 그 구성원들의 협의를 통한 찬성으로 진행되어야 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는 법입니다.

진보주의가 타락하면 반동주의가 됩니다. 보수주의와 비슷한 또 다른 수구주의가 되는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개혁한다더니 뒷구멍으로 보수가 타락한 수구주의 못지않게 재산을 모아서 빈부격차 벌리기에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그 축재 과정에서 탈법과 권력의 힘으로 부동산 투기를 벌립니다. 반동주의 축제에서 후안무치의 새로운 극단을 봅니다.

진영논리가 기세를 올리면 사회적인 좀이 됩니다. 우리 사회의 건전한 풍조를 나쁘게 만들면서, 사람들이 편을 갈라서 서로 미워하고 싸우게 만듭니다. X 사모, 칠X, 친 또 다른 X, X 안녕, X 딸 등 이름도 요사하고 내로남불 후안무치를 저지르고서도 무슨 투사인양 의기양양합니다. 자신이 우리 사회를 좀먹는 무리인 줄도 모르고 설칩니다.

사회적 저명한 공인(公人)은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한참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이 그들로부터 배우기 때문입니다. 서산대사는 답설야중거라는 시를 남겨서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행동거지(行動擧止)의 본을 남겼습니다. 눈길을 걷더라도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말라 오늘 나의 발자국이 후일의 사람들 길잡이가 된다는 취지의 시를 살펴봅니다.

답설야중거//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눈 내린 벌판을 걸어갈 제/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발걸음을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 금일 아행적(今日我行跡)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염치를 아는 것은 부끄러운 짓을 삼가고, 뉘우치면서 겸손하게 사과하며 근신하는 자세입니다. 염치가 없는 경우를 몰염치(沒廉恥) 혹은 파렴치(破廉恥)라고 합니다. 한편 사투리로 염치를 얌치라고도 합니다. 얌치 있는 체(척)한다고 불리며 이를 줄여서 얌체라고 합니다. 새치기하는 경우를 대표적 얌체라고 헙니다. 얌체하고는 상종을 안 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라고도 쓰입니다.

염치없는 얌체가 창궐하는 작금의 세태를 어찌하리오? 그러나 말이 없는 민심은 다 알고 있습니다. 민심은 얌체족들 즉 몰염치범, 파렴치범과 얌체를 이미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 민심이 도도히 흐르면 염치없는 얌체족들을 솎아내는 날이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