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한도(歲寒圖)를 생각하며
기고/ 세한도(歲寒圖)를 생각하며
  • 김인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8.3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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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희 칼럼니스트
김인희
김인희

[시정일보] 추사 김정희가 그린 유명한 그림 세한도가 있다. 추사는 1840년 윤상도의 옥사에 연루되어 지위와 권력을 박탈당하고 멀리 제주도로 유배가게 되었다. 김정희의 제자였던 역관 이상적은 유배지에 있는 스승을 잊지 않고 북경에 오가면서 두 번씩이나 귀한 책을 구해다 주었다. 추사는 제자 이상적에게 답례로 세한도((歲寒圖)를 그려 주었는데 그때가 1844년이었다. 추사는 제사 이상적의 인품을 날씨가 추워지고 가장 늦게 낙엽 지는 소나무와 잣나무의 지조에 비유하여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세한도(歲寒圖)의 탄생 배경이 가히 감동이다.

최근 대한민국 교육 1번지 강남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임용된 지 2년 된 여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언론사마다 해당 교사가 학교폭력업무를 담당하면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 왔다고 보도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초등학생으로부터 머리채를 잡히고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제자로부터 얼굴과 몸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하고 바닥에 내리꽂히는 등 폭행을 당하고 욕설을 당한 사건이 터졌다. 작금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은 필설로 다할 수 없는 참담한 지경이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다. 임금과 스승과 어버이의 은혜는 같아서 스승을 존경하고 섬겼다. 또한 제자는 스승과 떨어져 걸어서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다. 이것이 만고불변의 진리가 될 수 없는가.

필자는 학창 시절 대학진학을 향한 꿈이 무너졌을 때 ‘수불석권(手不釋卷)’하라는 스승님의 말씀을 소중하게 간직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승님의 말씀을 지키려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지냈다. 필자는 책을 읽으면서 역사를 배웠고 독서를 하면서 문학의 세계에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책에서 수많은 스승을 만나서 지혜를 얻었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을 따라 걷게 되었다. 지금 필자의 위치는 스승님의 가르침과 은혜로 이르게 되었다는 것을 역설한다.

지금도 여전히 스승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다. 교육(敎育)에서 가르치는(敎) 것은 효(孝)를 매(攵)로 쳐서 가르치는 것이다. 인성이란 선(善) 지향적 회귀 본성이다. 인간의 본성이 악하기 때문에 선(善)을 이루기 위하여 끊임없이 교육이 필요하다. 문화(文化)는 자연에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를 더한 것이다. 하여 폭력문화나 아편문화라는 말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반면 효문화, 예술 문화, 학문문화, 언어문화 등 보편적 가치를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한 문화다.

언어는 인격(人格)이다. 스승님께서 역설하는 문장이다. 청나라는 자신들의 문자를 버리고 한족의 문자에 동화되어 한족의 문자를 쓰다가 자신들의 언어도 사라지고 만주족의 정체성도 사라졌다. 현재 남아있는 극소수의 만주족이 사라지면 지구상에서 만주족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이스라엘 민족은 나라 없이 2천 년을 지냈어도 그들의 언어인 히브리어를 간직한 까닭으로 나라를 다시 만들 수 있었다. 언어는 인격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언어를 통하여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

세한도((歲寒圖)가 간직한 사제 간의 사랑을 되새긴다. 백설이 만건곤(滿乾坤)할 때 더 푸른 소나무 같은 신의(信義)를 간직한 제자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