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고향사랑기부제, 문제 있다
시정칼럼/ 고향사랑기부제, 문제 있다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3.09.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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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 납세제도를 변형해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렇지만 일반 국민의 관심은 아직은 냉대한 편이다.

정부는 고향사랑 기부금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고향사랑e음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기부자의 기부금 납부와 답례품 선택, 원스톱 세액공제 처리 등 기부금 납부 절차를 도와주고 있지만, 제도의 개선책이 대두되고 있다.

기부자는 개인으로 한정한다. 기부처는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 중복으로 기부할 수 있지만, 연간 500만 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 개인이라고 하지만, 고용·업무·계약·처분 등으로 재산상 권리·이익과 같은 관계가 있는 지자체에는 기부할 수 없고, 타인 명의 사용도 불가능하다.

기부자는 세액공제와 지자체로부터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 비율은 기부액이 10만 원 이하이면 기부액 100%, 10만 원을 초과하면 기부액의 16.5%다. 지자체는 기부액의 최대 30%(100만 원 한도)의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답례품은 지역에서 생산된 물품 또는 지역 상품권으로 한정하고 있다.

기부 방법은 포털사이트에서 ‘고향사랑기부’ 검색 후 접속하거나 ‘QR코드’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면 홈페이지에 접속된다. 이후 회원 가입하고 기부, 답례품을 신청하면 된다. 인근 농협을 방문하여 직접 기부에 참여할 수도 있다. 참으로 좋은 시스템이다.

시행 초기인 만큼 각 지방자치단체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어떤 제도인지, 기부로 인한 세액공제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어떤 답례품을 제공하는지 등 혜택 중심으로 지속적인 기부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조성된 재원을 지역발전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지 기부자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기부금 활용 사업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앙정부와 268개 지자체가 고향사랑기부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는 대동소이하다. 특히 지자체에서는 얼마나 모금될지도 모르는데 인력을 대거 투입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거나 시행하기엔 한계가 있다.

.문제는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고 참여를 끌어내는가이다. 행정 현장의 절실한 고민은 홍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결국 지자체 현장에서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이고, 이러한 사용이 지역에 어떤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기부할 주민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즉, 기부자들의 ‘응원’을 끌어낼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민을 중심으로 지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어떤 사업에 투입해야 할지를 일차적으로 결정할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민이 정한 사업들을 ‘고향사랑 기금운용심의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기금사업으로 선정하고, 이에 기반한 기부금 모금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중심의 모금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답례품 중심의 기부금 모금으로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기부를 통해 어려움에 부닥친 내 고향이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해간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돈'에 홀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고향사랑 마음'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향사랑 기부가 아니라 답례품 사랑 기부가 되어서도 안 된다. 기부금 모금에 지자체와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어야 한다. 기부 개발은 신규 기부자의 발굴과 기존 기부자의 관리로 이루어진다. 기부 개발의 왕도는 기존 기부자의 관리에 더 많은 열과 성의를 들이는 것이다. 기존 기부자를 잘 관리하여 추가적인 기부금을 기부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

그러나 기부 개발은 단순히 돈을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기부자는 돈이 필요할 때만 찾아가서 돈을 얻는 현금인출기가 아니다. 지자체와 기부자는 인격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사이이고, 그 만남을 기초로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즉,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감사 표시를 잘해야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기부자들을 지자체에 초대하거나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현행 고향사랑 시스템 등 기부금 납부를 위한 회원 가입 약관에 행정안전부에 제공하는 제삼자 개인정보 항목은 기부자 이름, 주민등록번호로 한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 기부자 기부 후 답례품 미신청할 때 주소, 전화번호 정보 등 확인 불가, 기부자 예우를 위한 축제․문화․예술행사 시 초청장 발송, 명예의 전당 설치 등 개인정보 동의를 얻기 위한 기본정보가 전혀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그리고 고향을 떠난 인사에 국한된 기부금 모금은 외연 확장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지자체에 관심 있는 외지인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 또한 외국인 국적 동포도 고향사랑기부제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부금 모금 수단이 과도하게 제한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신문 및 인터넷신문, 정기간행물, 방송, 옥외광고물 등의 방법을 통해서만 고향사랑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고, 개별적인 전화, 서신 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전자적 전송매체를 이용하는 방법으로는 기부금을 모금할 수 없다.

즉, 기부금의 모집은 법으로 정한 광고매체를 통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만 할 수 있다. 모금 수단에 있어 과도한 규제는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제도 시행 초기 잠재적 기부자에 대하여 기부 참여를 독려하는 데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기부에 대한 인식이나 기부문화는 선진국에 비하여 매우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기부라고 하면 기업이나 잘 사는 사람이 하는 것으로 이해하거나 기부는 돈으로만 해야 한다는 생각 등이 우리 사회의 기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현주소인데, 이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자치 단체의 재정 확충, 답례품을 통한 지역경제의 활성화, 주민의 복지증진 등에 기여하고 재능기부도 가능하게 하여 지역공동체의 번영과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홍보 방법의 제한성, 기부금 연간 상한액 500만 원 제한, 기부자 관리의 부족, 기부문화의 미정착 등으로 제도의 발전에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우리 사회의 건강한 기부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이 모여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병행해 나가야 한다.(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