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음은 항상 어둠에서 비롯돼
밝음은 항상 어둠에서 비롯돼
  • 시정일보
  • 승인 2007.11.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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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糞蟲(분충)은 至穢(지예)하되 變爲蟬(변위선)하여 而飮露於秋風(이음로어추풍)하며 腐草(부초)는 無光(무광)하되 化爲螢(화위형)하여 而耀采於夏月(이요채어하월)하나니 固知潔(고지결)은 常自汚出(상자오출)하며 明(명)은 每從晦生也(매종회생야)니라.”
이 말은 ‘菜根譚(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굼벵이는 더럽지만 매미로 변하여 가을바람의 이슬을 마신다. 썩은 풀은 빛이 없지만 반딧불로 변해서 여름 밤을 빛낸다.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항상 어둠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알라’는 의미이다.
굼벵이는 더러운 벌레다. 쓰레기더미나 두엄 밑에서 썩은 것들을 먹고 자란다. 그러나 마침내는 매미로 변해 나뭇가지 위에서 계절을 노래한다. 그러면서 한없이 맑은 이슬을 먹고 산다. 가장 추악한 것에서의 변신이다. 굼벵이로서의 생성기가 없었다면 계절을 노래하는 매미 또한 있을 수가 없다. 옛 사람들은 썩은 풀이 변해 반딧불이 된다고 믿었다고 禮記(예기)에 적혀 있다. 반딧불의 알이 썩은 풀더미 속에서 자랐으니 그럴듯한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라. 여름 밤의 반딧불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운가. 마치 날아 다니는 별처럼 그것들은 어둠 속을 구석구석에서 밝혔다. 이것 역시 추한 것에서의 변신이다. 썩은 풀더미 속의 추한 어둠이 없었다면 날으는 별같은 반딧불의 빛 또한 있을 수가 없다. 밝음은 항상 어둠속에서 생겨난다. 어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광명 또한 있을 수가 없다. 善惡(선악)도 마찬가지다. 선과 악은 그림자와 본체의 관계이며 어쩌면 오른손과 왼손의 관계인지도 모른다.
작금에 들어 제17대 대통령선거가 11명의 후보가 등록을 한 가운데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이번 대선은 우리나라의 명운을 가르는 중대한 선거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현재 각 주자들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의혹 부풀리기에 사활을 거는 구태정치만 되풀이 하고 있다. 후보들은 진정 민생과 경제 살리기 등 구체적인 정책 대안들을 통해 국가 비전을 내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이 나라 민주주의의 장래 결정은 결국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유권자 스스로 누구에게 5년간 국가운영을 맡겨야 할지를 심사숙고해 도덕성과 능력을 겸비한 후보를 냉철하게 분석·검증해 후회없는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