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극단적 초과 노동 시간 세부방침 수정 필요
사설 / 극단적 초과 노동 시간 세부방침 수정 필요
  • 시정일보
  • 승인 2024.01.0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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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일주일간 총 노동 시간이 52시간을 넘기지 않는다면 하루 8시간 넘게 근무해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다. 1주일간 법정 근로시간 40시간, 연장 근로 12시간이 한도일 뿐 1일 연장근로 길이까지 별도로 규정·제한한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판결대로라면 ‘이틀 연속 21.5시간 근무’ 같은 극단적인 초과 노동도 합법이 된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근로자 퇴직 급여법 위반으로 기소된 항공기 객실청소업자 대표 A 씨에게 벌금 1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구랍 25일 밝혔다.

주간 52시간을 넘기지 않는다면 사업주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내릴 수 없다고 봤다. 이는 주간 근로시간이 52시간 이내더라도 연장 근로 합계가 12시간을 넘으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보는 고용노동부의 계산법과 어긋난다. 특히 이번에 법리를 다툰 청소업체 등의 주·야간 교대근무 노동자들에게 매우 불리하다. ‘몰아치기’ 노동을 해도 주 52시간 미만이라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판결대로라면 노동자가 하루 2.5시간의 휴게 시간을 빼고 21.5시간까지 일 해도 된다. 1주일간 이틀만 일하면 주 43시간이 돼 ‘연장근로 포함 주 52시간’을 넘기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결은 연장근로에는 상한선을 두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의 허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대법원이 몰아치기 노동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판결이라고 이의를 제기한다.

한국의 장시간 노동 관행을 바꾸지 않는 한 저출생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과도 동떨어졌다. 사법부가 근로기준법에 따른 노동시간이 정착되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한 채 형식 논리만 따진 것이 아닌지 묻게 된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주 69시간’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정부가 여전히 집착하고 있는 와중에 ‘주 52시간제’도 불필요한 혼란에 빠졌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시대착오적이며 혼란을 자초한 판결’이라 비판했다.

정치권은 연장 근로시간 상한을 두도록 하는 등 근로기준법 허점을 보완하는 법 개정작업을 서두를 필요성이 있다. 노동부는 이번 판결의 행정해석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사정 합의 없이 강행할 경우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노동의 시간은 그 시대의 문화적 관습이나 그 사회의 문제점은 없는 것인지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1주 단위 내에서 근로시간 유연성이 커진 만큼 노동자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법원의 해석도 이론이 아닌 노동자의 관점도 필요하다. 시대착오적인 결정이라는 부분에 노동부와 국회는 세심하게 보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