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미·중과의 무역 판도 변화, 정부의 대책 절실하다
사설 / 미·중과의 무역 판도 변화, 정부의 대책 절실하다
  • 시정일보
  • 승인 2024.01.0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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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으로의 수출이 113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109억 달러에 그친 중국 수출을 20년 만에 추월했다.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액이 455억 달러에 그친 미국이 21년 만에 우리의 최대 무역 흑자국으로 복귀한 것이다.

반면에 중국과의 무역에서는 1992년 한ㆍ중 수교가 이뤄진 이후 31년 만에 적자(180억 달러)국이 됐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그 원인이 있다. 공급망 재편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 같은 무역의 환경변화가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하나의 사례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덕에 지난해 1~11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44.2% 급증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그동안 자국과의 무역 흑자를 빌미 삼아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슈퍼 301조 등을 발동해 통상 압력을 행사해 온 점등으로 볼 때 대미 무역 흑자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돌아보면 2020년까지 최대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과 2위인 미국의 수출 비중 차이는 11% 포인트를 넘었다. 그러나 지난해엔 1.4%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이와 같은 무역수지 변화가 가속화될 경우 후폭풍은 예측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이 두 블록으로 나뉘어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보호무역 조치가 시행되는 ‘분절화 심화’가 나타나는 경우, 두 나라에 대한 수출이 최대 10% 줄어들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기업의 손실에 대해, 이를 개별 기업에 맡기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옳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의 문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일이하는 것이다.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 때도 최대 피해자인 현대자동차, 기아 등 기업의 일로 치부하고 정부는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이번에 반도체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방향을 잡아간다면, 정부는 무능하다는 소리를 피할 수 없다.

최근의 불안한 무역 질서에 정부는 현실적인 인식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과의 무역현실이나 2024년의 무역상황을 봐도 우려스러운 지점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그간 중국은 중간재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면서 한국에서의 수입 비중이 2015년 10.8%에서 지난해 6.3%로 줄어들었다. 그간 우리가 호시절을 누렸던 중간재 기술우위를 중국에 잠식당하는 현실이다. 2차 전지 원료 등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 수입 의존도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적자구조 고착으로 굳어질 수 있다. 수출 분야는 물론 수입 분야에서 무역 다변화는 현실적인 시각으로 직시해야 한다. 2021년에 이어 최근 ‘요소수 파동’이 발생한 데서도 하나의 교훈이 될 것이다. 정부는 악화한 한ㆍ중 관계에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외교는 유연성이다. 기업들은 정부의 중국과의 유연성 정책을 갈망하는 눈치다. 특히 무역에서는 유연한 외교가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