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풍경 / 빗속에서 자라는 행복 / 시인 권일송
詩의 풍경 / 빗속에서 자라는 행복 / 시인 권일송
  • 시정일보
  • 승인 2024.01.1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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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우산을 쓰자
우산을 쓰자

초저녁의 밤비
밤에만 내리는 비

우중충한 육교 아래
안개꽃으로 깜박이는 도시
포개진 여인들의 입술을 위해
야간 비행을 떠나는 사람들

우산 하나로 자유를 
그 자유의 새를 날리고
우산 하나로 속박을
그 속박의 늪을 해치며

가슴까지 젖는 우울과
초저녁에 내리는 비
 


시(詩)가 키우는 행복은 지구인의 행복이다. 헛되고 헛된 상실의 시대, 시인은 우산 속의 행복까지 키우고 싶다. 시대의 거리에는 눈물 꽃이 메마를 날이 없다. 늘 위안과 환희의 잔을 넘치게 하고 싶은 것이 시가 꿈꾸는 세상이다. 산다는 것은 한없이 외롭다는 것을 모른 이는 없다. 시는 소중한 삶의 기운이다. 시는 자기 구애에 해당한다. 시는 언어를 통하여 벽을 넘어서고 있다. 그 벽을 넘으면 초저녁의 밤 빗속에서 행복이 자라고 있음을 권일송 시인은 알고 있다. 권일송 시인은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의 저항 시인이다.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