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주 69시간 근무 다시 추진하는 정부, 노동계 의견 반영 필요
사설 / 주 69시간 근무 다시 추진하는 정부, 노동계 의견 반영 필요
  • 시정일보
  • 승인 2024.01.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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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정부가 지난달 나온 대법원 판결에 따라 주 52시간제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일 단위가 아닌 주 단위 연장 근로시간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행정해석을 바꿨다.

고용노동부는 22일 “주 52시간 위반 여부는 일 단위가 아니다. 주 단위 연장 근로시간으로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연장 근로 한도 위반 기준에 대한 행정 해석을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근로시간 연장 한도를 1일 단위가 아닌 1주 단위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하루 8시간 초과해 근무한 것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닌 1주간 근로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다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일일 8시간, 1주 40시간이다. 주 40시간을 기본으로 최대 12시간까지 근무를 탄력적으로 연장할 수 있다. 주당 총 52시간, 근무가 가능하다. 기존의 행정 해석에서는 주 전체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할 때뿐 아니라 하루 8시간을 넘는 연장 근로시간을 합쳐 총량이 주 12시간을 넘길 때도 연장 근로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바뀐 행정 해석으로는 일주일을 통틀어 40시간을 넘긴 것만 연장 근로로 본다. 한편 그 시간이 12시간 이내면 적법한 것으로 본다.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 현장 노사,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으며 법의 최종 판단과 해석 권한을 갖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 행정 해석을 변경하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번 노동시간 변경은 현재 조사 또는 감독 중인 사건에 곧바로 적용된다. 한주 40시간, 일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 근로에 대해 통상임금 대비 50% 이상, 가산토록 한 연장 근로수당 지급 기준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노동계는 “하루 최대 21.5시간까지 장시간 노동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우려한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해친다는 것은 수많은 통계들로도 입증되고 있다. 노동부도 “노동자들의 건강권에 우려가 있는 만큼 현장 상황을 면밀하게 감시할 것”이라고 한 것은 부작용을 인식한 것이다.

그러한 데도 정부가 서둘러 행정 해석을 바꾼 것은 초과 노동을 합법화하기 위한 ‘정부 노동개혁’에 다시 불을 지피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근로시간 개편방안은 과로를 부추기고 노동자 노동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대법원 판결도 연장 근로시간 상황이 따로 없는 근로기준법의 허점 탓에 보완 입법 추진이 필요하다. 판결을 명분 삼아 다시 장시간 노동 제도에 나서려는 것은 부적절하다.

노동자 건강을 담보로 한 ‘노동시간 유연화’는 명분이 없다. 정부는 노동시간 늘리기 시도를 멈추는 것이 옳다. 주 11시간 연속휴식, 연장 근로시간 상한 설정 등을 보완하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이 여기까지 오는 것은 연구와 노동자 의견의 결과다. 정부가 저출산에 많은 예산을 사용하며 집중하는 문제도 노동시간과 선이 닿아 있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