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정치인 테러, 극심한 정치 양극화에 따른 증오의 정치 중단해야
사설 / 정치인 테러, 극심한 정치 양극화에 따른 증오의 정치 중단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24.02.0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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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테러를 당한 지 불과 23일 만에 배현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 백주대낮에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습격을 당했다.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또 발생했다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누가 어떤 이유로 이런 사건을 벌였든 간에 테러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차대한 반사회적 범죄이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미성년자인 10대 중학생은 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고 학내 갈등으로 인해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학생은 “연예인이 자주 가는 미용실을 찾아갔다가 배 의원을 우연히 만났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 폐쇄회로(CC)TV 등에는 이 10대 중학생이 사건이 일어나기 30여분 전부터 현장 인근을 배회하는 모습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배 의원의 비공개 동선까지 파악하고 “국회의원 배현진입니까”라고 2차례나 신원을 확인한 뒤 쥐고 있던 돌로 배 의원을 가격했다고 한다. 이렇듯 모든 정황이 우발적 충동에 의한 범죄가 어쩜 아닐 수도 있다는 데 우리는 예의주시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은 이 학생이 배 의원을 습격한 범행 동기는 명확하게 알려지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섣부른 예단이나 정치색을 담은 억측은 자제하고 경찰의 수사를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정치 테러는 팬덤을 등에 업은 극단 정치가 난무하고 선거에서 이기려고 과격한 언행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정치 풍토가 빚어낸 괴물이 아닌가 싶다. 물론 당국은 정치인 테러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와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처벌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정치인에 대한 폭력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정치권은 타협과 협치가 실종된 혐오와 대립의 정치로 도의를 망각한 막말과 행동을 자제함이 옳다고 생각된다. 이 대표 습격 직후 상대를 악마화하는 등 증오의 정치가 근본 원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총선이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우리나라에서 정치 테러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촌에서 발생한 박근혜 전 대통령 피습 사건을 비롯 2022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습격 사건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오는 4월10일 총선을 2개월여 앞둔 시점에 벌써 정치 테러가 두 번이나 발생한 것에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으며 4월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 테러에 대한 모방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제에 정부는 철저한 대책으로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치현장 경호 강화와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할 테러 근절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