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보험료율 개혁은 필요하지만, 보장성은 놓치지 않길
사설 / 보험료율 개혁은 필요하지만, 보장성은 놓치지 않길
  • 시정일보
  • 승인 2024.02.0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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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정부가 재원 고갈이 예고된 국민건강 보험에 대한 운영 방향을 ‘필수의료강화’로 잡고, 의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수술에 나선다. 현재 8%인 건보료율의 법정 상한선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을 발표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증가로 건보료 지출은 폭등하지만,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수입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만큼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개혁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보험료율 상한선은 1977년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도입된 장치다. 그간 47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의료비 증가세로 미뤄볼 때 보험료율 상한 8% 도달이 머지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물가 상승과 국민 부담금 등을 고려해 올해 건보료율을 7.09%로 7년 만에 동결했다. 동결된 다음 해 건보료율이 대폭 상승하는 것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 임기 내 8%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적정 건보료율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할 방침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보험료율은 일본 10~11.82%, 프랑스 13.25%. 독일 16.2% 등으로 한국보다 높다. 복지부는 건보 재활 확대와 함께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피부양자 제도 개선, 다빈도 외래진료에 대한 본인 부담금 상향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복지부가 공개한 건보 재정 전망에 따르면 올해 2조6402억원 흑자에서 2025년 4633억원으로 줄어든다. 그러다 2026년에는 3072억원 적자로 돌아선다. 당기수지 적자는 2027년 7895억원, 2028년 1조 5836억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다. 2026년 적자 전환 이후 3년 만에 적자 폭은 5배로 껑충 뛰는 셈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정부의 책임이다. 지나온 정부들이 시기를 놓친 것이다. 다분히 미래의 건보료 고갈보다는 국민의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결과이자 원인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미래의 건보 재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는 비급여 시장에도 칼을 들어야만 한다. 백내장 수술·도수치료가 대표적이다. 다만 규제 대상이 되는 비급여 항목이 무엇인지, 적용 시점이 언제인지는 향후 구성될 보건의료개혁특위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비급여 항목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 많다. 현장 정착까지 적잖은 갈등도 예상된다. 필수 진료비 기준을 구체화하지 않으면 피부과·성형외과 등 쏠림 현상도 막기 어렵다. 이와 같은 계획을 수리하기 위해서는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 소요된다. 구체적 재원도 빠짐없이 챙겨야 한다.

복지부는 2026년부터 건보 재정이 당기수지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수입·지출 변화에 따라 다양한 전망이 가능하다. 정부는 줄곧 재정의 효율화에 초점을 맞춰 왔다. 이에 못지않게 국민 의료비 부담을 덜고 혜택을 늘리는 보장성 강화도 함께 가야 한다. 지출 효율화만 강조하는 것은 취약한 건보 보장성을 더 후퇴시킬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건보의 건전성에 의료체계 개혁까지 초점을 맞춰 나가야 한다. 건전성을 꾀하다가 의료 사각지대를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하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