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풍경 / 늦게 온 편지/ 시인 양아림 
詩의 풍경 / 늦게 온 편지/ 시인 양아림 
  • 시정일보
  • 승인 2024.02.0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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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땅끝마을 
바다우체국에서
내가 쓴 편지는 
늦게 갈 것이다

천천히 
그를 기억하며
천천히
그를 기다릴 것이다

오지 않는 기다림에
철새와 해후하듯
그가 쓴 편지를 
읽을 것이다

나의 부재는 느린 통증이다

시계는 멈춰
그 시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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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바닷가 땅끝마을에서 만난 우체통. 시(詩)에게 편지를 쓴 시인은 삶의 시간을 찬찬히 사유한다. 양아림 시인은 시단에 발끝을 올리고 10년 만에 시집을 펴내는 진중함이다<늦게 온 편지, 북랜드 간>. 다시 10년째, 시집에 대한 소식이 없다. 김규동 시인의 스승은 김기림 시인이다. 김규동 시인은 평소 스승이 시집을 3권을 냈는데, 스승보다 많은 시집을 펴낸 것이 부덕이라고 했다. 양아림 시인이 김기림이나 김규동 시인처럼 시를 창고에 쌓아두고도 펴내지 않는 시인으로 보인다. ‘늦게 온 편지’의 시적 풍경은 규정된 공간을 넘어선다. 마지막 행으로 가며 “나의 부재는 느린 통증이다”의 시의 건축에서 시도반(詩道伴)을 비롯한 독자들은 강한 펀치를 맞고 말았다. 시에서 하나의 축은 새로운 문명이다. 무엇을 ‘보일까’, ‘말까’, 주춤하다가 은유 반전으로 감동을 준다. 시는 내 감정에 지지 않기로 한 것이 분명하다.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