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물러서는 법도 알아야
한 걸음 물러서는 법도 알아야
  • 시정일보
  • 승인 2007.12.27 15:24
  • 댓글 0



“人情(인정)은 反復(반복)하며 世路(세로)는 崎嶇(기구)로다 行不居處(행불거처)에는 須知退一步之法(수지퇴일보지법)하며 行得去處(행득거처)에는 務加讓三分之功(무가양삼분지공)하라”
이 말은 ‘사람의 마음이란 변하기가 쉽고 세상 길은 험난하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는 법을 알아야 하고 쉽게 갈 수 있는 곳에서는 어느 정도의 공로를 사양하는 것이 옳다’는 의미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온누리를 세상이라고 한다. 그 세상속에는 참으로 많은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뒤엉켜 나름대로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굶어보아야 세상을 안다는 것은 정말 먹을 것이 없어 굶주려 보지 않은 사람은 세상을 참으로 알았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양보보다 아름다운 그릇은 따로 없을 것 같다. 어려운 일일수록 한 걸음 물러서면 장애가 있을 수 없을 것이며 쉬운 일일수록 그 공로를 나누어주면 그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 그릇이겠는가. 세상은 아름다운 책이지만 그것을 읽을 수 없는 자에게는 거의 쓸모가 없다. 참으로 되새기고 싶지 않은 문장이다.
작금에 들어 이명박 특검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해법은 법리와 순리에서 찾아야 한다. 논란의 일차적 책임은 물론 당선자에게 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대선 투표일 전에 말끔히 털어내지 못했고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대국민 약속까지 했다. 또다른 책임은 정치권의 정략적 사고에 있다. 이 역시 만천하가 아는 일로 여권은 내년 총선을 기사회생의 전기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특검법의 위헌 요소나 당선자의 형사소추 가능성 등을 따지는 것도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무엇보다 공직선거 후보의 도덕성을 수사기관이 검증하는 것이 헌정질서의 기초인 민주선거의 원리에 어울리는지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그런데도 굳이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은 내년 총선을 내다보기에 앞서 민심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이명박 의혹의 향방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이며 총선에 나타난 민심의 향방을 겸허히 받아 들이는 것이 순리이다. 민심은 반드시 순리대로 흐르는 법이다. 이명박 특검법은 정치의 논리로 푸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