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은 바뀌어도 관료는 영원하다
공화국은 바뀌어도 관료는 영원하다
  • 시정일보
  • 승인 2008.01.1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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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七錫 기자 / chsch7@sijung.co.kr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정홍보처 관료가 “우리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간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코드홍보로 일관하며 정부 부처 기자실에 대못을 박고 기자들을 내쫓은 것은 위에서 시켜했을 뿐이라는 얘기로 변명하고 있다. 결국은 부처 해체의 위기에 몰리자 여기에 앞장선 이들은 “공화국은 바뀌어도 관료는 영원하다”는 등 기이하고 해괴한 논리로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다.
정말 한심하고 어안이 벙벙하며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세계가 비웃든 말든 언론을 죽이겠다고 날뛰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살아남겠다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자체가 측은하기까지 하다. 당초 국정홍보처의 신설 취지는 국가의 정책을 국민에 소상히 알리는게 본연의 이유였다.
정권의 하수인이나 권력의 주구 노릇을 하라고 연간 600∼700억의 혈세를 쓰도록 편성한게 결코 아니다. 인수위 보고를 보면 정권홍보와 기자실 폐쇄 등 언론자유에 역행하는 언론정책은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뜻이다. 이는 곧 정권 말년에 밀어붙인 이른바 취재선진화지원방안은 홍보처가 더 이상 이성적 조직이 아니라는 자기입증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의 눈치를 보며 무책임과 무소신의 영혼없는 공무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으며, 국가는 엉망진창으로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관계자들은 직시했으면 싶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부당한 권력자의 요구와 지시를 거부하는 공직자가 나타날 때 공직사회는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되며 참된 용기는 많은 이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공무원 조직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또렷또렷한 영혼을 갖고 있을 때 우리 사회는 분명 희망이 있는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과 이날 인수위가 확인한 것처럼 국정홍보처 폐지와 영혼없는 공무원들이 통·폐합을 강행해 온 브리핑룸·기사송고실의 원상 회복은 하루속히 이루어져야 하며 그간 기자실을 대못질하고 국민의 알권리에 치명상을 입혀온 이들의 행태와 패악은 반드시 책임추궁과 함께 일벌백계함은 물론 낭비된 혈세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해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새 정부는 언론을 통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며 이를 위해 각 부처의 자율홍보 기능을 최대한 살리고 국내외 종합홍보 기능도 언론자유를 북돋는 방향으로 조정돼야 할 것이다. 또한 기자실 복원은 새정부 출범 이전에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