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 조 성동구청장
필자가 구청장으로 있는 성동구에서는 매년 1월1일 응봉산에서 해맞이 행사를 연다. 희망찬 새해 아침에 한 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모두의 한마당 축제인데 해마다 많은 주민들이 추위와 어둠을 뚫고 새해 첫 아침을 마중 나오신다.올해 해맞이 축제 때는 유독 날씨가 추웠다.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소원들이 그저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강추위였다. ‘이 정도 추위 정도는 이겨내야 더 따뜻한 내일도 있는 거야.’ 난 이렇게 맘속으로 되뇌며 동녘으로 떠오를 새해를 기다렸다.
소망에 다가서는 환경 조성 다짐
7시58분. 드디어 차가운 어둠을 몰아내고 기다리던 무자년 새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해맞이 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렁찬 함성을 쏟아냈고 목청껏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뽀얀 입김을 불어가며 소망기원 글 판에 저마다의 소망들을 정성껏 적었다.
나는 빼곡히 적힌 주민들의 소망들을 하나 둘 읽어 보았다.
‘올 해는 내 집을 살 수 있었으면…’, ‘돈 많이 벌어 부자 되자’, ‘우리 이쁜 사랑하자’, ‘공부 잘 하고 꼭 대학 합격하기’, ‘우리 아들 취직하고 우리 딸 건강하기’, ‘항상 가정에 행복과 웃음이 넘쳐나길…’
꾹꾹 눌러 쓴 소망들을 읽으면서 ‘내가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가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어린아이 같은 생각을 해보았다. 소망 글 판에 적힌 사연들을 찾아가 그 소중한 바람들을 다 이루어 주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동화가 아닌 이상 어디에도 그런 요술램프는 없으리라.
그렇지만 자치단체장으로서 주민들의 소망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작은 도움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많이 벌어 집도 사고 부자 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많이 만들거나 재래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일. 연인들이 더 예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공원도 만들고 다채로운 문화축제를 더 많이 여는 것, 그리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도 개선하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위한 건강한 학교 만들기 사업이나 보육환경 개선에도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들…
이렇게 모든 사업들을 열심히 추진하다보면 그것이 누군가의 소망을 이루는 데 크든 작든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이 공직자로서 진정한 소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맞이 후 밝은 주민얼굴 계속됐으면
그래서 난 힘차게 떠오르는 새해 첫 태양을 바라보며 무자(戊子)년의 바람이자 다짐을 전했다. ‘나를 포함해 우리 구청 직원들 모두가 주민들의 소망을 더 가깝게 하는 아주 뜻 깊은 일을 하고 있음을 새 마음으로 가슴 깊이 새길 수 있기를’ 그리고 ‘이러한 다짐이 작심삼일(作心三日)이 아니라 연말까지, 아니 공직생활 내내 계속해서 지켜지길…’
해맞이를 끝내고 산에서 내려오는 길. 주민들의 얼굴이 한결 따뜻하고 거리는 세수라도 한 듯 밝아 보였다. 마음이 훈훈해졌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무자(戊子)년! 벌써부터 소망이 가까워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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