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
  • 시정일보
  • 승인 2008.01.1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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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자치구마다 신년인사회가 한창이다. 지역주민과 만나 새해인사를 하고 덕담하며, 자치단체의 새해 살림살이의 대강을 얘기하는 신년인사회는, 그러나 당초취지와는 달리 꽤나 정치적인 행사로 변질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서울 자치구뿐 아니다. 광역과 기초를 막론하고 전국 모든 지방정부에서 한결같은 모습을 보였고, 예년에도 이런 일은 계속됐다. 더구나 올해는 4월9일 치러질 제18대 국회의원 선거가 목전에 다가온 탓에 이런 상황을 부채질하고 있다.
15일 열린 J구 신년인사회장도 마찬가지 모습이었다. 4월 이곳에서 출마하겠다는 7명은 이날 모두 나와 주민들과 악수하기에 바빴다. 그 때문에 행사장 밖으로는 20m 이상 장사진(長蛇陣)을 이뤘다. 결국 때맞춰 닥친 추운 날씨에도 주민들은 출마희망자들과 악수하느라고 줄을 설 수밖에 없었다.
행사장 입구도 별다르지 않았다. 출마희망자들의 부인 등 가족이나 그들을 돕는 사람들까지 나서 행사참석자들에게 일일이 명함을 나눠 주면서 얼굴 알리기에 나서고 있었다. 결국 한 참석자는 “이게 신년인사회냐. 정치인들 행사지”라며 불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무작정 비난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의 틀에서는 출마희망자들이 얼굴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당에 소속돼 있지 않거나, 정당에 소속돼 있어도 국회의원 또는 지구당위원장 등의 직함을 갖지 못한 경우 주민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길은 원천봉쇄 되기가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선량(選良)을 꿈꾸고 있지만,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2,3000명을 단박에 만날 수 있는 ‘하늘이 주신’ 기회를 모른 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물론 <공직선거법>이 금권선거와 선거과열을 막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마련됐지만 주민과 출마희망자들의 소통을 막는 것은 현대 민주주의의 특징 중 하나인 대의정치(代議政治)와도 어긋난다. 예비후보등록 후 120일간이라도 ‘착실하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같은 제도적 한계가 신년인사회 등 여러 행사를 정치화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方鏞植 기자 argus@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