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규제혁파를 제대로
이제 규제혁파를 제대로
  • 시정일보
  • 승인 2008.01.24 14:11
  • 댓글 0

최 광 희 기획취재국장

지금 경쟁 활성화를 위해 각국은 경제적으로 규제개혁 내지 혁파를 하고 있다. 홍콩이 경제자유도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것도, 영국의 금융이 미국을 추월하여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한 것도 모두 과감하고 신속하게 규제를 개혁한 결과일 것이다.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당선인이 규제개혁을 강도 높게 주문하고 있어 많은 이들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사실 우리도 국민의 정부 때부터 규제개혁위원회를 활성화하여 규제개혁에 노력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국민들은 아직도 한국이 ‘규제의 천국’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걸까?
큰 문제점의 규제를 없애고 규제개혁의 건수는 많아졌는지 모르나 아직도 규제가 없어졌다고 경제 주체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제인들이 진정 자유롭게 창의를 발휘하여 경제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경제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 인프라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 예로 첫째, 경제 관련 법의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 경제 관련 법은 대부분 열거주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경제인들이 할 수 있는 행위가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되어 있다. 법에 명시되지 않은 행위는 원칙적으로 할 수 없다. 이러한 법체계하에서는 민간의 창의가 살아날 수 없다. 경제 주체가 할 수 없는 항목만 법에 명시하고 명시되지 않은 모든 행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포괄주의 법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법 환경하에서만이 민간의 자율과 창의가 살아나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
둘째, 경제 관련 부처의 통·페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비슷한 기능이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부처 수만큼 규제가 많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같은 기능이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다 보니 정책 추진에 일관성이 없고 부처 간 이해관계에 맞물려 정책 고유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점이 많으며 업무의 효율성도 그만큼 떨어지게 되어 있다. 다행히 현 인수위원회에서 부처 통합에 대한 윤곽을 발표했지만 이해 관계자들의 집요한 방해공작을 어떻게 극복하고 법제화해 부처를 통합할 지 국민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힘을 믿고 흔들림없이 부처 통합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셋째, 행정고시제도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고시제도로 인하여 지나치게 많은 우수 인재가 공공 부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료사회에 반드시 우수한 인재들이 많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상식이 통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줄 알면 대부분 업무는 처리할 수 있다.
고시라는 관문을 통과한 관료들은 이 세상에서 자기들이 가장 우수한 집단이란 자부심이 팽배할 수밖에 없다. 민간 부문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들보다 부족하다고 믿기 때문에 민간에 업무를 이양하지 못하는 것이다. 고시제도를 재검토함에 따라 각 부처가 선진국처럼 필요에 따라 인재를 발굴해 살다 보면 관료들의 국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고 그때 자발적으로 민간에 많은 전환을 이양할 것이다.
끝으로, 최근 규제 건수가 많아진 큰 이유는 의원 입법의 활성화 때문이다.
정부 입법의 경우 새로운 규제인지 여부를 반드시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되어 있으나 의원 입법은 이런 장치가 전혀 없다. 이런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해 일부 관료들은 의원 입법을 활용해 자기들 규제 목적을 달성하는 경우도 있고, 각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를 의원들을 통해 달성하는 사례도 있는 것 같다. 따라서 국회 내에 규제개혁위원회 비슷한 기구를 만들어 의원 입법도 반드시 새로운 규제여부를 거르는 장치를 두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