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순환로가 생활의 높이로 내려옵니다
남부순환로가 생활의 높이로 내려옵니다
  • 시정일보
  • 승인 2008.02.28 14:07
  • 댓글 0

양대웅 구로구청장

‘남부순환로가 생활의 높이로 내려옵니다.’
작년 11월25일 발행된 구로구소식지 11월호의 1면 톱기사 제목으로 실린 글이다. 이 글로 주민들이 생활하는 지대보다 높게 형성돼 있는 남부순환로가 그간 구로구를 가로지르면서 지역을 양분시키고 또 얼마나 많은 생활의 불편을 주었는지 실감하게 한다. 그리고 도로를 낮추겠다는 구조개선사업을 통해 이제 도로가 주민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걸림돌이 아니라 생활을 돕고 편리하게 하는 본래의 기능을 되찾게 될 것이라는 반가움이 묻어 있다.
구로구를 가로지르는 남부순환로는 주택단지보다 2~3미터 높게 도로가 형성돼 있다. 1980년 이 도로가 생길 때에는 이곳 개봉동 일대는 지대가 낮아 갑작스런 폭우로 도로가 침수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에 당시 도로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그렇게 설계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 시내에 웬만한 폭우로 침수되는 지역은 없다. 그러다보니 생활을 편리하게 해야 할 이 도로는 지역을 양분화해 생활을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곤 했다. 그야말로 역사적인 퇴물인 셈이다.
급기야 지난 10월 이 도로의 구조를 개선하는 사업의 기공식이 있었다. 2010년 3월이면 구조개선이 끝난다. 그러면 지금까지 걸림돌이 되었던 이 도로 1.16킬로미터 구간은 지하로 몸을 움츠리고 평탄화된 그 위엔 남북으로 지역의 단절을 잇는 교차로와 주민들이 자유로이 왕래하며 쉴 수 있는 공원이 조성된다. 그야말로 주민 생활에 딱 맞는 높이로 내려앉는 것이다. 구청장에 취임하고부터 줄곧 부르짖는 것이 ‘현장행정’이기에, 기공식 현장에서 느낀 감회를 글로 담아내려니 서툰 내 필력이 못내 부끄럽기만 하다.
해서 채근담에 나오는 이 글귀로 즐거움을 대신하는 것이 바람직할 지….
水不波則自定(수불파즉자정)하고 鑑不則自明(감불예즉자명)이라. 故로 心無可淸(심무가청)이니 去其混之者而淸自現(거기혼지자이청자현)하고, 樂不必尋(낙불필심)이니 去其苦之自而樂自存(거기고지자이락자존)이라.
이 말은 애써 맑은 마음을 지니려고 할 것이 아니라 잡된 생각을 떨쳐버리면 저절로 맑은 마음의 소유자가 된다는 뜻이다. 애써 즐거운 마음을 가지려 할 것이 아니라 괴로운 생각들을 떨쳐버리면 즐거움은 스스로 그 가운데 있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남부순환로 구조개선 사업은 이 일대 주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괴로움의 원천이 된 요인을 덜어내는 일이다. 견물생심이란 말이 있다. 그 물건이 없으면 마음도 없어지기 마련. 이 사업을 통해 오랫동안 주민의 마음속에 침묵을 지키고 있던 괴로움이 떨쳐나가고 그 자리엔 즐거움으로 채워질 것이 분명하다.
괴로움이 크면 즐거움도 크게 마련. 떨쳐나갈 그 괴로움은 오랜 숙원이 되다시피 한 엄청난 것이기에 주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될 즐거움의 크기를 나는 가늠하지 못한다.
하지만 기공식 현장에서 마주친 주민의 눈빛에서 그 기분을 조금은 읽을 수 있었다. 2010년 남부순환로가 생활의 높이로 내려와 주민 품에 안길 그날의 감동을 위해 나는 오늘의 감동을 애써 참으련다.

위 기사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