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신드롬의 인터넷 교훈
미네르바 신드롬의 인터넷 교훈
  • 시정일보
  • 승인 2009.01.1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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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를 쓰는 인터넷 논객이라며 체포 구속한 네티즌은 외국 금융기관에 근무한 적도 없고 경제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30세 무직자로 조사됐다. ‘미네르바’는 인터넷 공간에서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면서 작년 7월부터 ‘미네르바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유명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네티즌들은 그의 극단적이면서도 단순한 논리에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붙여가면서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검찰에 채포된 미네르바는 30대 무직에 독학으로 경제를 공부한 것외에는 특별한 이력이 없었다.
부실한 기초에 기반했기 때문에 언젠가 허점이 드러나 모습이 드러날 것을 전문가들은 예측했었다.
미네르바는 작년 3월부터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100편이 넘는 글을 올렸다. 대부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글이었다. 작년 7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가 한국에도 불똥이 튈 것이라는 예측들을 내놓으면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작년 9월 산업은행이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인수계획을 철회한 뒤 그는 리먼의 부도를 언급했고, 실제로 리먼은 파산신청을 했다. 이어 한달 뒤인 10월에는 환율이 1400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예견한 것이 들어맞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분석 틀에 근거한 경제 전망이라기보다는 과감한 ‘예언’이 결과적으로 적중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미네르바의 주장에는 경제상식이 결여된 논리적 흠이나 모순이 적지않다. 월간지 기고문에서 나타나듯이 경제학의 기초개념을 착각하고 자의적으로 추상한 결론으로 집착된 점들이 나타냈다. 미네르바는 작년 하반기 물가폭등이나 식량난도 전망된다며 독일의 예를 들어 석 달치 생활필수품을 사재기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네르바의 예상과 정반대로 전 세계는 경기침체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물가가 허락하는 ‘디플레이션’을 맞고 있다. 앞으로 금융위기 과정에서 일본자본이 IMF 등의 얼굴로 한국시장을 점차 장악, 한국경제가 일본자본에 종속될 것이라는 황당한 음모론까지 제시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사실상 미네르바가 했던 예측 중에는 부유층과 기득권에 대한 반감이 역력히 묻어 있었다. 부동산·주식같은 자산 가격이 붕괴되면 자산가들이 가장 피해를 보게 될 것을 기대했다. 그리고 종부세 무력화 판결과 관련, 헌법재판소도 권력의 시녀가 되어 국민에 반하고, 부동산 재벌과 소수 가진 자를 대변한다고 비난했고,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허상일 뿐이며 이는 중산층·서민층의 부와는 동떨어진 얘기라고도 지적했다.
어쨌든 초반에는 충정이 엿보였던 미네르바의 글도 중반부터는 순수성을 잃었다. 결국 나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결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