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은 죽지 않았다
노병은 죽지 않았다
  • 백인숙 기자
  • 승인 2009.01.1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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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기축년(己丑年)의 달력을 뜯은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아 이맘때쯤이면 나이(Age)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26살에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고 세계최고의 갑부 빌 게이츠는 19살에 하버드대학을 중퇴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반면 등소평은 90살을 바라보는 나이에 남방순례를 하며 시장경제로 중국경제를 일으켰고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은 7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재선에 성공했다. 앞서 젊은 천재들이 끊는 피로 정열적인 성공신화를 이뤘다면 등소평 등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세상사 깊은 연륜으로 그리스 로마신화의 미네르바(부엉이·Old의 표상)처럼 지혜로 세계를 움직인 현인들이다.
우리나라는 몇해전부터 수명연장과 저출산 등으로 세계에서 가장 늙은 국가 중 하나가 돼가고 있다. 그 중심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의 경제성장을 주도한 장·노년층으로 늘어난 평균수명에 반비례해 짧아진 경제수명 덕에 이들은 할 일 없는 뒷방 늙은이로 묻혀 버리고 있다. 잘 훈련된 고급인력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유독 ‘나이’에 민감하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나이를 우선순위로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고 승진, 급여, 하물며 명퇴(명예퇴직)도 나이순으로 해야 뒷말이 적다. 지역·학력·성별 차별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나이차별인 것이다.
올해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청년실업, 내수불황 등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정부는 녹색뉴딜정책, 구예산 조기집행 등 경기활성화로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이 와중에 장·노년층 일자리를 논하는 것은 사치라 여겨질 수도 있다. 모두가 말하는 취업이란 젊은층들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젊은층을 좋아한다. 그리고 현재 업무가 젊은층들에 맞게 디자인돼 있다. 그래서 나이든 사람들의 업무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오히려 기술 등 정신적인 역량은 더 증대되는 장점이 있는데도 말이다.
정부는 올해 고령자들의 취업을 위해 12만5000개의 임시직을 만들었다. 이제는 기업에게만 고령자 의무고용을 강요해선 안된다. 행정·입법부, 전국 지자체 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3%대 예외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그래야 인력 3만명을 재활용할 수 있다. 각 자치구들도 말로만 고령자 일자리 사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계획을 세워 고용과 실직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왜냐하면 젊은이들을 끌어안고 가정을 유지하고 있는 세대가 바로 50대 이후 가장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일어서야 가정도 사회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