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색 다른 사교육’에 빠져 들다
성동구 ‘색 다른 사교육’에 빠져 들다
  • 방용식 기자
  • 승인 2009.09.0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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洞공부방 17곳서 504명 공부, 학습지도ㆍ체험프로그램 등 운영
일명 ‘망국병’이라는 사교육에 푹 빠진 자치구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성동구(구청장 이호조)로 학교가 아닌 곳에서 이뤄져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 볼 때는 분명한 사교육이다. 대신 학원 등에서 하는 사(私)교육이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맡아 동주민센터에서 진행하는 사(舍)교육이라는 데 차이가 있다.
성동구가 관할 17개 동주민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방과 후 공부방(이하 洞공부방)’의 인기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작년 11월 미국 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내수경기 침체와 상관없이 치솟는 사교육비로 시름하는 저소득학부모들은 洞공부방이 고맙기만 하다. 이호조 구청장은 “먼 훗날 성동을 이끌고 갈 인재를 양성하고,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희망을 놓아버리지 않도록 인적‧물적‧교육환경 지원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학생들, 긍정적으로 성격 변화 ‘수확’
洞공부방은 ‘교육을 나눠 가난의 대물림을 끊자’는 이호조 구청장의 뜻에 따라 2006년 10월 마장동‧행당2동 등 4곳에서 시작돼 2007년 1월에는 전 동으로 확산됐다. 처음 시작할 때 74명이던 학생은 9월 현재 503명으로 늘었고 강사도 4명에서 158명으로 증가했다. 금년 3월에는 중학교로 진학한 수강생을 위한 중학생반도 개설, 대상자가 없는 성수1가2동과 응봉동을 제외한 15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洞공부방은 국어‧영어‧수학 등 학습지도뿐 아니라 스피치, 태권도, 원어민 영어교육 등 특기적성교육과 인성교육을 함께 실시한다. 원어민 영어는 전문교육기관이 맡아 운영하며 레벨테스트를 거쳐 洞공부방에 수준별로 3개씩, 모두 51개 반으로 나눠 영어를 가르친다. 또 방학 중에는 음악‧미술‧요리‧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의 실기교육과 문화공연 관람, 어린이 경제교육, 농촌‧동굴‧갯벌‧래프팅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해 진행했다.
洞공부방에 나오면서 가정형편과 성적저하로 움츠렸던 아이들은 성적이 오르며 자신감이 붙었고 활동적으로 변했다. 특히 성수1가1동 공부방 학생들은 지난 5월 한자검정시험에 응시한 18명이 전원 합격(6급에서 8급까지)했고 아이들은 다른 학과목에도 흥미를 갖게 됐다. 구 관계자는 경제사정으로 자녀를 학원 등에 보내지 못해 마음 아팠던 학부모들도 마음의 짐을 덜었고, 洞공부방을 열어 준 이호조 구청장에게 고마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 주민들 후원자처…자치역량 강화
洞공부방은 주민의 자치역량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주민자치위원회 위원과 주민들은 동별 후원회를 자율적으로 만들어 洞공부방 학생들을 위한 간식을 제공하고 체험프로그램의 인솔자가 되기도 하는 등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를 이뤄나가고 있다.
자치행정과 정종근 팀장은 “지역주민들이 모여 매월 정기적으로 15만원에서 20만원을 후원하고 있다”며 “후원회가 없었다면 洞공부방을 운영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라며 후원회 역할을 설명했다. 정 팀장은 또 “대학생과 신규 공무원, 공익근무요원 등 강사로 활동하는 158명도 교사들도 보람을 느끼고 있으며 주민과 공무원, 자원봉사자가 함께 교육과 복지를 아우르는 지방자치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구는 올 11월 洞공부방 경연발표회를 개최, 학생들이 활기차고 밝게 성장하는 모습을 알리고 자신감을 고취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또 洞공부방 학생들이 성장, 취업연령이 되면 관내 기업에 취업을 알선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