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자원, 소나무
또 하나의 자원, 소나무
  • 시정일보
  • 승인 2009.10.0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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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 풍 강북구청장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 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이 시는 한국 현대시 100주년을 기념한 국민 애송시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진달래꽃’의 한 구절이다. 많은 시 가운데 유독 진달래꽃이 애송시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시구마다 절절한 우리네 한(恨)의 정서에 매력을 느껴서이기도 하겠지만, 학창시절 국어책에서 밑줄 그어가며 읽었던 기억에서부터 얼마 전 한 대중가수의 노래까지, 그 ‘친숙함’이 우리 정서와 맞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표 나무는 무엇일까? 아마도 대부분은 ‘소나무’라고 답할 것이다. 이 역시 우리와 가장 친숙하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산림청 조사 결과 응답자의 50%에 가까운 국민들이 소나무를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꼽았던 것 역시 이를 뒷받침해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생활 주변에서 소나무를 찾기란 쉽지 않다. 길을 걷다 쉽게 만나는 가로수는 대부분이 은행나무나 플라타너스 등으로 소나무는 그 국민적 인기가 무색할 정도다. 이는 소나무가 추위에 견디는 힘은 강하지만 공해와 해충에 약하고 관리가 까다로우며, 은행나무보다 2배가량 비싼 가격 때문에 가로수로서는 적절치 못하다는 일반적인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소나무는 관리만 잘하면 생명력이 강해 가로수로 손색이 없고 품위가 있어 거리의 품격을 한층 높여준다. 또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아황산가스의 흡수량이 타 수종에 비해 월등히 많으며, 동시에 2배 이상의 산소를 배출한다. 피톤치드 효과도 소나무의 장점에서 빼 놓을 수 없다.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유발 호르몬을 저하시키고 아토피나 호흡기 질환 등에 효과가 있는 데, 소나무 특유의 알싸한 솔잎향, 송진향이 바로 이 피톤치드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나무가 가진 상징성이다. 각 국가는 고유의 나무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캐나다의 사탕단풍 문화나 아프리카의 바오밥나무 문화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바로 소나무 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소나무의 사시사철 푸른 기상이 우리 민족의 곧은 절개와 굳은 의지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2003년부터 우리의 정서가 담겨 있으면서 가로수로써의 실용성과 상징성을 두루 갖춘 소나무 심기에 힘써왔다. 민족의 진산, 삼각산 입구 교통광장과 솔밭공원, 우이동길, 솔샘길 등 강북구 주요 공원과 거리에 수많은 소나무를 심어왔으며, 올해부터는 전국 최초로 중앙차로 버스정류장에 소나무 가로수를 조성했으며, 삼각산자락의 애국지사, 순국선열들이 모셔져 있는 4·19길 등에도 소나무를 심었다.
처음에는 미심쩍어 하던 주민들도 강북구 곳곳에서 잘 자라고 있는 소나무를 보면서 기존의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오히려 요즘에는 소나무 가로수 아래서 시원하게 버스를 기다리며 애국의 고장과 걸맞은 풍광을 즐길 수 있고, 거리의 품격도 높아졌다며 더 많이 심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소나무는 늘 우리 민족과 함께 해왔다. 솔가지를 매단 금줄에서부터 서민들의 유용한 땔감이자 음식 재료로, 왕실이나 사찰에선 중요한 건축자재이자 귀목으로 사랑받았다. 소나무를 소재로 한 수많은 시조 작품들이나 애국가, 80년대 민중가요만 보더라도 소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정서적 영향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우리민족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소나무. 앞으로 강북구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 심어져 예전처럼 우리 생활 속에서 시원한 공기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며 대한민국의 대표나무로서 사랑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