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 앞에서
공중전화 앞에서
  • 시정일보
  • 승인 2009.10.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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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리 포엠테라피
동전 한 줌, 손에 쥐고
오늘도 공중전화기 앞에
서있습니다
핸드폰이 손에 들려 있는데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게 버릇이 된, 나는
공중전화기에 동전을 넣고 또 넣습니다
내 하얀 손바닥이 보일 때까지.......

그리운 목소리 때문일까
별처럼 흩어진 옛날의 모습들이 보일까
아라비아 숫자들은 맴맴 거리다
공중전화기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두 눈에 별이 빛납니다
별 사이로 뽀얗게 피어나는 어머니가 보입니다

껄끄러운 턱수염을 부벼대던 아버지가 보입니다
그 턱수염이
이제서야 부드러워지기 시작합니다
목소리로 밖에 다가올 수 없는 친구들과
지금은 잊혀진 수많은 이름들이 입가에서 맴돕니다

하얀 운동화 코끝에 얼룩이 지고
발부리에 별들이 조각납니다
시린 가슴들이 후두둑후두둑 떨어질 때
눈앞에 쌓여 가는 안개 벽.
나는 보이지 않는 덫에 걸려
자꾸자꾸 비틀거립니다
아직도 나는 동전 한 줌, 손에 쥐고

이렇게 공중전화기 앞에 서 있지만
전화를 받아줄 사람들은 모두 떠났습니다
외롭게 서 있다가 돌아오는 길에
빈 그네에 앉아 시계추처럼 흔들거립니다




* 한국문인협회회원/한국음악저작권협회회원
* 한국문화예술사회교육원 교수
* 市政新聞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