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무원노조에 칼 빼들었다
정부, 공무원노조에 칼 빼들었다
  • 방용식 기자
  • 승인 2009.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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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감시 ‘공무원단체과’ 신설…해직자 놔둔 전공노 “불법단체”
공무원노조를 향한 정부의 대응이 심상찮다.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예상은 됐지만 지난 7월19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의 서울역 시국선언대회를 계기로 공무원노조를 보는 정부의 눈초리는 ‘몰라보리만큼’ 날카로워졌다. 9월22일 전공노와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법원노조가 통합 및 민주노총 가입을 의제로 한 조합원총투표 결과 정부는 칼날을 한층 날카롭게 벼렸다.
정부는 급기야 20일에는 노동부의 시정요구를 무시한 채 전공노가 해직자 4명을 조합임원으로 그대로 뒀다며 불법단체로 규정, 노조로서의 모든 권리를 박탈했다. 또 민공노에 대해서도 11월9일까지 노조임원을 맡은 해직자를 조합에서 탈퇴시키라고 요구하고, 따르지 않으면 엄정 대처하겠다고 천명했다.

• 정부 “전공노와 교섭 중지하라”

행정안전부는 20일 노동부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불법노조로 판정함에 따라 ‘전공노와의 단체교섭을 중지하고, 휴직 중인 노조전임자에 대한 업무복귀 등을 조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중앙행정기관과 자치단체에 통보했다.
정창섭 행정안전부 1차관은 이날 오후 3시30분 기자브리핑을 갖고 “전공노가 사실상 불법단체로 전환돼 관련법령에 따라 엄중 대처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법을 준수하지 않는 공무원단체들은 법과 원칙에 의거, 조치하고 그동안 잘못 유지돼 온 불법적 관행도 철저히 조사해 강력 대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특히 행정안전부는 이 방침을 이행하지 않는 기관은 행정적‧재정적 불이익 조치를 취하고 11월경 각 기관에 대한 준수여부를 살필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앞으로 전공노가 거둔 조합비 및 후원회비의 급여 원천공제 금지, 기존 단체협약 및 단체교섭 이행중단, 휴직 노조전임자 즉각 업무복귀 등을 각 기관에 촉구하기로 했다. 또 11월20일까지 전공노에 지원한 사무실과 장비‧비품을 회수하고 전공노명의의 현판을 제거하도록 시달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노조에 가입한 공무원 급여에서 자동적으로 공제됐던 조합비를 회계담당공무원이 앞에서 본인이 작성한 동의서를 제출했을 경우 1년간 원천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직무수행과 관계없이 정치지향적인 목적으로 특정정책을 주장 또는 반대하거나 국가기관의 정책결정 및 집행을 방해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공무원 복무규정 및 보수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21일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또 인사실 윤리복무관 산하로 공무원노조의 불법행위를 상시 감시하는 ‘공무원단체과’와 지방행정국 소속의 ‘지방공무원 단체지원과’를 만들고, 시‧도와 시‧군‧구에는 공무원단체 관련 조직을 보강하도록 하는 등 공무원노조를 압박했다.

• 노조 “민노총 가입, 보복이다”

전공노 등 공무원노조는 정부의 이날 조치를 민주노총 가입과 통합공무원노조 발족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정부정책에 온건적인 입장을 보인 공무원노조총연맹도 지난 19일 “행정안전부의 공무원노조대책은 공무원 노사관계를 파탄지경으로 몰고 갈 독소이다”며 규정하고 “대립적 노동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손영태 전공노 위원장은 “정부가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이며, 통합노조의 설립신고를 방해하려는 의도이다” 비난하고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낼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정용해 전 민공노 대변인도 “공무원이 정부정책과 대통령을 반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거 유신시절 ‘긴급조치’와 같다”면서 “(통합공무원노조 12월 설립을 위해)민공노는 합법노조 지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이날 결정은 또 다른 충돌 가능성을 갖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올 12월 출범예정인 통합공무원노조에 전공노 소속 공무원은 물론 해직공무원이 개인자격으로 가입할 경우 행정안전부가 통합노조를 합법으로 인정하느냐, 않느냐에 따라 정부와 통합노조‧민주노총 간 갈등이 표면화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