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 600년 서울, 도시디자인보다 아파트 왕국?
정도 600년 서울, 도시디자인보다 아파트 왕국?
  • 시정일보
  • 승인 2009.11.0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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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12년까지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서민용 아파트인 보금자리주택 32만 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분당신도시의 15.7배인 최대 308㎡(9300만평)의 그린벨트 해제와 아파트단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유인즉은 대부분 보존가치가 낮은 곳이어서 개발해도 환경 훼손은 없을 것이다라는 점과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아파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변 환경에 맞춰 단독, 저층 연립 등으로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개발시 불가피하다는 지층 연립이나 단독주택을 지어서 전체 경관 등 환경을 최대한 보존하고 그 개발 수익금을 서민복지에 사용하실 게 올바른 말이다.

현재 서울은 재개발·재건축·뉴타운으로 도시 규현촉진지역 등으로 아파트 촌으로 잠식해가고 있다. 남산주변을 비롯 도봉산, 북한산 등등 고층아파트들이 도심경관을 가로막고 있다. 민간 건설업체는 몰론 정부도 땅만 있으면 그린벨트·단독주택지역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아파트를 짓고 있다. 도시의 전체의 디자인이나 스카이라인을 무시한지 오래다.

조망권을 살리겠다며 1994년 외인아파트(16·17층짜리 2동)을 철거한 남산 주변엔 지금 외인아파트단지 대신 30층짜리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고 있다. 북한산 북측에 그린벨트와 단독 주택이 있던 서울 은평구 349㎡ 크기의 대지에는 아파트 숲인 은평뉴타운이 계속 조성되고 있다. 아파트 단지는 북한산 자락을 갚숙이 파먹으며 들어서고 있다.

대부분의 아파트는 ‘남향’·‘북한산’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 비슷한 방향으로 최대한의 용적률을 살려 경쟁적으로 지어 올리다 보니 북한산을 가로막는 장벽이 돼 버렸다. 전 세계 어딜 가나 정도 600년의 고도의 명산 턱밑에 이렇게 거대한 아파트를 지어 올리는 곳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독일에서 발간된 도시전문잡지인 ‘슈타트 바우벨트’에는 ‘서울은 기억을 지워버리는 도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살리기도 했다는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1960년대 대도시로 인구가 몰려 주택난이 가중되자 정부가 서민용 주택으로 아파트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를 1972년 주택건설촉진법을 개정하면서 아파트 대량공급체제를 갖춰, 신속하게 값싼 주택을 공급하게 위해 규격화된 주택과 고층·고밀화되고 필요한 아파트가 적격으로 추진해온 것이다.

불도저식 재개발로 서울의 역사를 담은 가옥들을 모두 밀어내고 아파트를 만드는 식으로 개발된 것이 문제다. 한강변 아파트는 마치 군사기지를 방불케 할 정도라는 평이다.

이런 비판과 지적이 있는데도 서울시는 아파트를 더 높게, 더 쉽게 지을 수 있도록 각종 규제로 완화하고 있다. 도시 디자인에 올인하는 당국이 한편으로는 경관을 망치는 아파트 개발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