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순국선열의 날, 애국지사 묘역을 돌아보며
쓸쓸한 순국선열의 날, 애국지사 묘역을 돌아보며
  • 시정일보
  • 승인 2009.11.1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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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 풍 강북구청장

11월17일은 순국선열의 날이다.

이날은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날로 지난 1939년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처음 제정한 이후 올해로 70년을 이어온 뜻깊은 기념일이다.

이날을 기념일로 정한 이유는 일본에 실질적으로 국권을 빼앗긴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된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날을 기억하는 분들은 거의 없다. 그래도 명색이 정부기념일이건만 쓸쓸하게 그들만의 기념식이 치러져 오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수많은 독립유공자들과 그 후손들이 병환과 생활고,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고통받고 있다. 독립운동 하느라 가족도 돌보지 못하고 싸웠지만 오히려 독립 운동이 멍에가 되어 가난이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다.

강북구에는 무관심 속에 쓸쓸히 잠들어있는 역사적 성지가 있다. 강북구 수유동 삼각산 자락에 계신 21기의 순국선열·애국애족 묘소가 그 곳이다. 이곳엔 조선의 독립을 외치다 순국한 이준 열사를 비롯 3·1운동을 주도한 손병희 선생, 항일 독립 투쟁과 광복 후 좌우 합작운동을 펼친 여운형 선생 등 우리나라의 독립과 건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이 모셔져있다.

또한 김창숙, 이명룡, 신숙 등 독립운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분들부터 신익희, 조병옥 등 대한민국의 기틀을 다진 정치가, 오상순, 현제명 등 문화 예술인, 조국 광복을 위해 꽃다운 목숨을 바친 17위의 광복군 합동묘까지 있어 한국 근현대사의 살아있는 교육장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그동안 이곳은 잡초만 무성하게 자란 채 철문과 철조망에 갇혀 방치돼 왔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나는 1991년부터 이곳에 모셔진 순국선열·애국지사 묘소의 벌초와 관리를 자처하고 나섰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최근 묘소들도 깔끔히 정비됐으며, 잠겨있던 문도 열려 참배가 가능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환경부에서 7억원의 예산으로 이시영, 신익희 선생 등 독립유공자 13분의 묘소를 새단장하고 올해엔 9억원을 들여 3.4km구간의 순례길을 조성하는 등 국가에서도 본격적으로 정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엔 찾는 이 없이 무심한 등산객만 지나치고 있다. 주변에 있는 국립 4·19 민주묘지는 기념일 뿐 아니라 평소에도 수많은 참배객들이 찾아오지만 그 수많은 발길 중 순국선열묘역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무도 찾지 않는 역사적 장소는 책에서만 배우는 화석에 불과하다.

강북구의 순국선열애국지사 묘역도 잊혀진 유적이 되지 않기 위해선 안내판을 붙이고 묘소와 탐방로 정비만 할게 아니라 이야기로 생명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애국지사들의 이야기를 테마별로 묶어 순례코스를 개발하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 및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묘역 주변에 이분들에 대한 유물과 한국 근현대사 자료를 모두 모아 역사문화관을 짓고 생태체험장, 테마공원 등을 조성해야 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순국선열, 애국지사들의 뜻을 기리는 순례코스이자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고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나들이 장소로도 사랑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이곳을 국립 4·19 민주묘지처럼 국립선열묘역으로 지정해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숭고한 애국심을 기리고 대한민국의 뿌리와 역사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성역화를 위해선 아직 갈길이 멀다.

하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차근 차근 진행해 나간다면 삼각산의 순국선열묘역이 산티아고 순례길 못지 않는 역사적 성지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위 기사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춘식 논설위원의 시정논단은 기사 넘쳐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