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리 시인의 포엠테라피
물치도(勿淄島)에서
김하리
물 씻겨 내려간 갯벌엔
암호처럼 송송 구멍만 나있더라
소라껍질 시체만 무성하더라
미물들만이 작은 실눈들을 뜨고
비린내 나지 않는 갯벌 속에서
희미한 그리움을 꿈꾸며
바람에 실려 온
소금끼로 가슴을
적시고 있더라
제 몸 스스로 귀가 되며
깊어지는 소리에 아파하며
혹여, 누군가가
제 이름 불러줄까
쫑긋 귀 기울이고 있더라
바람 없이도 혼자 흔들리고
햇빛 없이도 혼자
제 몸 말리 우며
잘도 견디고 있더라
* 한국문인협회회원/한국음악저작권협회회원
* 한국문화예술사회교육원 교수
* 市政新聞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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