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고달프면 나라가 가난해 진다
국민들이 고달프면 나라가 가난해 진다
  • 시정일보
  • 승인 2010.09.3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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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임춘식 교수
최근의 신문 지면을 보면 ‘공정한 사회’라는 말로 도배되고 있다. ‘공정한 사회’란 소리를 들으면서 느끼는 첫 감회는 간절한 대통령의 외침뿐일까? 너무너무 당연한 일이 새삼스럽게 강조되거나 생뚱맞게 거론되면 그것도 별일 중의 하나일 수 있다.
팍팍한 일상이지만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 그리고 친구들과 모여앉아 기분 좋게 소주 한잔 할 수 있는 기쁨의 대명절 추석에 만났던 이들은 대부분 ‘공정한 사회’, ‘웃기는 소리’라고 펌하했다.
‘공정한 사회’ 당연한 화두인데 왜 이리 시끄러울까. 우리 사회에는 각종 법규와 절차가 잘 갖추어진 시스템이 있다. 그동안 법이 없어서 부정부패와 편법이 사라지지 않았나. 매 정권마다 꼼수 부려 제 밥그릇 챙기기 바빳고, 주변 측근들은 한몫 챙기면서 비리로 감옥가면서도 나만 그러냐는 식으로 억울하다는 소리를 한다. 이제 어지간 말을 해서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
MB의 8.15 경축사 그 어록을 보자. “앞으로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공정한 사회라는 원칙이 확고히 준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공정한 사회란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제일 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보다 더 바닥에 있는 사람들을 위로해 달라는 걸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100만원, 200만원 꾸는 사람은 돈을 갚는 기간이 길어도 돈을 떼먹지 않지만, 오히려 수십억 빌리는 사람이 떼 먹는다. 없고 힘든 사람이 남을 배려하는 순수한 마음이 크다.”. “이 시점에서 힘있는 사람, 가진 쪽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또 다른 어록도 있다. 9월20일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최근 화두로 떠오른 ‘공정한 사회’에 대해 “뒤처진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고 불공정한 관행을 없애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며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면 따뜻한 마음과 나눔의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세제 개편안을 통해 개인과 법인의 지정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확대했지만 기부문화를 돕는 제도를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구구절절 모두 지당한 말씀이다. 이 말을 듣고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공정한 사회’라는 그 지향은 옳지만, 언제부터인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왜 이렇게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어인 일일까.
한 마디로 국민의 눈에는 MB 정부 자체가 미덥지 않은 것이다. MB가 말한 것처럼, “사회지도자급 인사, 특히 기득권자들이 공정사회의 기준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그런가. 한 신문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외무부장관 딸 특혜사건에 대해 국민의 85%가 “모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에 그런 일이 광범하게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명 중 8명이 희망을 갖지 못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정치는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는 일인데, 한 번 신나게 소외와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우리 이웃들에게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을 심어 주는 정권이 되어야 한다.
생각해 보자. 선진, 소통, 상생, 공정, 친서민 정책 등 그 모든 것이 인기를 선점하기 위한 정치적 책략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 또한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 누가 말했더라. 불의의 가장 나쁜 형태는 위장된 정의라고, 정의를 말하는 사람은 먼저 다른 사람의 눈에 정의롭게 비쳐야 한다. 공정을 말하는 사람들은 과연 공정하게 살아왔는지 우리 스스로가 자문자답해 보아야 한다.
다산 정약용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적자와 서자의 차이도 없애자, 당파의 편파성도 없애고, 귀한 사람 천한 사람의 구별도 없애고, 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차별도 무시하고, 출신 지역이나 출신 학교도 따지지 않는 그런 ‘일시동인’과 ‘지공대자’의 세상을 만들자던 다산의 주장이 왜 이렇게 간절하게 들리는 것일까요. 차별이 있고 균등하지 못하면, “백성들이 고달프고 나라가 가난해 진다”(民困國貧).
대통령은 진실한 사람, 그리고 남을 섬기는 삶을 실천하는 모습을 볼 때, 국민들은 공정한 사회를 주장할 자격이 있는 대통령이라고 믿게 된다. 사실 대통령이 스스로가 공격의 초점이 되는 정치적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민들과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공정한 사회를 사회적 이슈로 만든 것은 이런 진실된 생활적 실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MB는 훌륭한 대통령으로서 국민들 곁을 지키다가 온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퇴임하는 역대 유일한 대통령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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