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비 심의, 객관적인 평가기준 마련해야
의정비 심의, 객관적인 평가기준 마련해야
  • sijung1988@naver.com
  • 승인 2010.11.2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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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기 복 노원구의회 의장


많은 논란 속에 대부분의 지자체가 내년도 지방의원 의정비를 동결했다. 계속되는 경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과 고통 분담 차원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현역 의원으로서 그동안의 의정비 심의와 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의정비 심의위원회의 대표성 결여’다. 위원회 구성은 지방자치법 제34조에 의해 교육·법조·언론·시민단체와 통장이나 이장, 그리고 지방의회 의장으로부터 추천받아 지방자치단체장이 위촉하도록 돼있다. 심의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지방의원은 적게는 5만 명에서 많게는 10만 여명의 주민들이 선거에 의해서 선출된 주민의 대표다. 의회가 하는 일과 역할 등 다양한 의정활동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심의위원들이 짧은 시간에 심의가 가능한지 그리고 그 결과가 공정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전문가 평가를 통해 의정비를 결정하고, 이를 주민들에게 공표하는 것이 순서라 본다.

둘째, ‘객관적인 의정활동 평가기준이 없다’ 의정활동은 다양하다. 조례 제정이나 개정은 물론 민심 파악을 위해 지역구를 방문하고 지역 민원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의정활동 평가는 대부분 의안 발의나 조례 제정 건수만 기준으로 삼는다. 1건의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주민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야하고 상위법 검토 등 다양한 자료 조사가 필요하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도 관련법과 모순으로 조사 단계서 중단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심의과정에서는 그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은 감안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의정비 심의를 위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 즉흥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문제가 된 지난 2007년 의정비 과다 인상 사례도 평가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 전국 공통의 투명한 평가기준을 만든다면 주민들의 불신 등 여러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셋째, ‘의정비 관련 여론조사 항목도 주관적’이다. 여론조사 항목은 5개 문항이다. 기존에 각 자치단체가 직접 조사하던 것을 공정성 문제가 제기돼 행정안전부가 작성해 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조사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적정한 의정비 금액만 보더라도 비교 대상도 없이 의정활동 평가와 현행 의정비 금액이 많은지 적은지, 의정비 기준금액을 인상 또는 인하해야 하는지만 묻고 있다. 의정활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주민들로부터 부정적인 답변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제대로 된 여론조사를 하려면 의정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려주고, 국회의원이나 시의원에 대한 의정비도 명시해줘야 객관적이다.

넷째, ‘현행 정부가 정한 의정비 기준 금액이 비현실적’이다. 의원도 엄연한 정무직 공무원이다. 하지만 의정비는 지역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다르고 상하 20% 범위 내에서 자율 조정토록 하고 있다. 자치단체 간 의정비 불균형의 원인이다. 이는 일반직 공무원도 지역의 재정 여건에 따라 임금이 달라야 한다는 것과 같다. 더구나 국회의원이나 시장은 국회법이나 공무원 보수규정에 근거해 정액으로 지급기준을 정하고 있으면서 같은 선출직인 지방의원들은 자치단체에 따라 차이가 나도록 한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의정비는 말 그대로 의정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는데 사용되는 비용을 말한다. 또 가정도 돌봐야 한다.

현재 서울시 자치구 평균 의정비는 실 수령액 기준 연간 약 4000만원으로 7급 일반직 공무원 15호봉 수준에도 못 미치고, 2008년 통계청이 발표한 4인 가족 기준 도시근로자 평균 임금인 약 4800만원의 83.3%에 불과하다. 경제 불황으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마당에 의정비 인상이 웬 말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유급화 이후 직업 겸직이 금지된 이상 의정비는 직업인으로서 의정 활동에만 전념하게 하는 좋은 제도다. 의정비가 현실화되면 전문성 있는 우수한 인재가 앞 다퉈 몰려들 것이다. 의정활동에 대한 전문가 연구를 거쳐 전국 공통의 평가 기준에 의해 의정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지방의원 의정비가 유급화한지 올해로 5년째. 구의원 의정비 유급화는 수많은 논의를 거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면 유급화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의정비 책정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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